▶ 자회사 설립·라이선스 계약
▶ 감시 피해 영업 지속 시도
미국 정부가 안보 우려를 들어 블랙리스트에 넣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인 척 포장을 바꿔서 영업을 계속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29일 일부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안보 문제로 인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세워 브랜드를 교체하거나, 미국 파트너 회사들을 앞세워서 활동한다고 보도했다.
작년 12월 미시건의 빅3 자동차 회사 주변에 아메리칸 라이다라는 기업이 등장했는데, 그 배후에는 미국이 국가 안보상 우려라고 지목한 중국의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센서 기술 스타트업 허사이 그룹이 있다. 허사이 그룹은 아메리칸 라이다를 설립하고 한 달 만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군사기관으로 지정됐다. 라이다가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허사이 그룹 주가는 다음 날 30% 떨어졌다.
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은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미국 법인을 세우는 등의 노력을 벌여왔다.
중국 생명공학회사인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그룹의 한 계열사는 최근 사명에서 BGI를 지웠다. BGI 제노믹스는 2022년 국방부의 중국군 기업 명단에 들어갔고, 이후 매사추세츠주 자회사 한 곳의 이름을 BGI 아메리카스에서 이노믹스로 변경했다. 연방 의회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성명에서 이런 사명 변경은 규제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하고, 국방부에 이노믹스도 블랙리스트에 올리라고 촉구했다.
국가 안보 전문가 등은 개별 기업을 제재하면 이처럼 브랜드 변경으로 대응하므로 기술을 제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연방 의회는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SZ DJI 테크놀로지의 제품 사용을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안을 내놨다. 미국은 DJI가 드론에서 중국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드론이 중국의 인권 침해를 지원한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DJI는 스타트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미국 내 판매망을 뚫었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테크놀로지는 제재받기 전에 미국에 자회사 퓨처웨이를 세웠다. 연방하원의 한 보좌관은 “연방 정부가 문제 있는 중국 기업들을 파악하고 규제를 가하는 수단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수록 이런 식으로 본모습을 감추는 움직임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