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선족은 우리 동포인가 중국인인가

2024-05-29 (수) 이성열 조선족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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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조선족이 80~100만 가량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귀화한 조선족까지 합치면 더 될 수도 있다. 이 많은 조선족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살고 있다. 게다가 조선족들이 많은 곳에 중국인 한족까지 섞여있으니 대림, 안산, 가리봉 이쪽으로 가면 중국의 연변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도 예전만 못해서 서로를 미워한다. 어떤 한국인들은 조선족을 싫어하다 못해 무섭다고까지 한다. 하여 조선족은 그냥 한국말 할 줄 아는 중국인이지 한국인의 동포가 아니라고 말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그리고 조선족의 족(族)자가 거기에 또 한목을 한다. 이 족은 어떤 같은 특성이 있는 부류 즉 화학의 할로겐족 가족 민족 등을 분류할 때 쓰이므로 중국에서는 크게 비하하는 의미가 없이 받아들여진다. 중국인들도 자기들을 한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어떤 무리 또는 족속을 비하해서 말할 때 이 족자를 자주 쓰므로 비하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즉 제비족, 야타족, 야만족 등이 이러하다.


이래서 조선족이란 말이 조선족들에게는 큰 거부감이 없는데 오히려 한국인들이 조선족을 염려해서 재중동포 또는 중국동포라고 부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많이 고마운 생각이다.

그렇다면 조선족은 우리의 동포인가? 아니면 중국인인가? 우리는 같은 민족을 같은 어머니가 낳은 자식에 비유해 동포(同胞)라는 친근한 말을 쓴다. 이렇게 말할 때 조선족은 같은 동포가 맞다. 조선족은 160여년 전부터 일제강점기 말까지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해갔다. 같은 뿌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족은 중국인인가? 조선족은 중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중국인이 맞다. 중국은 다민족국가다. 조선족은 중국의 56개 소수민족중 하나이다.

조선족을 못살고 낙후한 집으로 입양되어간 자식에 비유하면 어떨까? 못 사는 집에 입양되어 척박한데서 버릇없이 본데없이 제멋대로 자란 망나니 아들을 언젠가 친엄마가 본다면 어떠하겠는가? 마음이 무지 아프고 쓰릴 것이다. 그것을 품어주지 못할 엄마는 세상에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제 아들이 아니라고 생떼를 쓰는 엄마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똑같은 이치다. 조선족은 그래도 자신의 습관 언어 절개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꽤나 착한 자식”이다.

한국이 1999년 9월 제정된 재외동포법에서 조선족만을 제외시켰어도 조선족은 재미동포나 재일동포에 비해 더욱 더 모국을 갈망하는 동포이다. 그것은 물론 중국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못살고 고국인 한국보다도 못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출산율이 0.8%를 밑돈다. 조선족을 밀어낼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을 가보니 대부분 요양원의 간병인을 100% 조선족이 담당하고 있었다. 한국인 부모님들의 마지막 병 수발과 임종을 자식도 아닌 조선족들이 지켜주고 있다. 이래도 조선족이 미운가?

조선족과 한국인은 성장환경 교육환경이 같지 않은데서 살아왔기에 서로 같지 않은 부분이 필경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의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인들은 이 이질감을 극복하고 넘어야 한다. 통일 후 북한 사람들과의 융합이야말로 큰 산을 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숫자도 많고 이념 차이, 경제적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대 민족을 배워야 한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은 잘 사는데서 왔든 못 사는데서 왔든 모두 하나같이 잘 뭉친다. 엄청 서로를 잘 포용하고 감싼다. 한인들과 조선족 그리고 북한 동포 러시아의 고려인 우리는 모두 같은 동포이다. 서로 감싸고 포용해야 한다.

<이성열 조선족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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