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태원 특검과 옥토제나리언

2024-05-18 (토)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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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하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깨달음이 있어서 세상을 벗어나 사소한 사물이나 일에 얽매이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라고 합니다.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단어가 있는데 바로 Octogenarian입니다. 단어자체는 나이가 80대인 사람을 말하지만 함축된 뜻은 달관한 사람을 말합니다.

딴에는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 최소한 흉내라도 내보며 살아보자 해도 수양이 부족한지 아직도 세상사에 시시콜콜 따지고 싶고 참견하고 싶습니다. 최근 또 한마디하고 싶은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습니다. 소위 이태원참사 특검을 하자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입니다.

2년 전 10월 말일에 미국의 할로윈 데이를 축제라 왜곡하고 철없는 젊은 애들이 이태원에 몰려들어 괴상한 의상으로 축제를 하다가 서로들 깔리고 밟히고 해서 죽은 사건인데 도대체 무엇이 특검의 대상인지, 누구를 벌주고 따지자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조승희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2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조승희 학생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마구 총질을 해서 32명이 죽고 29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사건으로 끝났습니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누구 한명 린치를 당한 일이 없었고 그 대학 총장이 물러난 일도 없었고 버지니아 경찰이나 행정부 누구도 책임지겠다며 물러난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나의 총격 사건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하나 더,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2017년 한 남성이 음악축제로 모인 군중을 향해 1,000발 이상의 총질을 해서 60명의 사망자와 413명의 중상자를 낸 사건 말입니다. 이 사건은 범인의 자살로 사건이 종료되었습니다. 연방 정부나 네바다주나 라스베이거스 어느 누구도 형사 책임은 없었습니다. 단지 범인이 총질을 했던 MGM 호텔이 방을 빌려주었다는 죄(?) 때문에 호텔 보험회사가 사망자와 부상자를 위하여 8억 달러를 지불했던 민사상의 처리뿐이었습니다.

사건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표준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2002년 단순한 미선이 효순이 교통사고를 극렬 좌파들이 반미 운동으로 몰아붙이며 광화문을 데모의 전쟁터로 만들어 주한 미군사령관의 사과를 받아냈고, 그 이후 광우병, 세월호 침몰사건에 이어 이제 이태원 특검으로 또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수양이 부족해서 아무래도 달관이나 옥토제나리언이 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습니다. 이태원 특검을 반대하는 몇 글자 쏟아내니 좀 속이 풀립니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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