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18 광주항쟁과 민주주의

2024-05-17 (금)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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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할 것을 수차례 주장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어 다시금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되었으니 이를 실현하는 일은 시간문제다.

22대 총선이 개헌 적기라고 주장한 그가 다수당 대표로서 밀어붙이면 광주항쟁의 정신이 헌법에 수록될 수 있다. 44년 만에 대한민국 정치사에 일대 분수령이 된 5·18 정신이 3·1운동, 4·19혁명과 함께 국가이념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헌법 수록과 더불어 진상규명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불꽃처럼 타올랐던 1980년 5월의 봄이 다시 찾아왔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광주항쟁은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다. 광주항쟁을 시발점으로 한국적 민주주의가 드디어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종식과 더불어 민주화의 봄이 불어 닥쳤지만 전두환의 신군부는 이를 강경 진압했다. 80년대 전두환정권의 폭압적인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의 불씨가 된 광주항쟁의 정신은 결국 6월 항쟁으로 꽃을 피웠다. 박정희, 전두환에 이르는 기나긴 군사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직선제 개헌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는 4.19 혁명에 못지않은 국민적 대봉기로 민주주의가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제도적으로 정착된 것이다.

그러므로 6월 혁명을 가능케 한 광주항쟁은 반드시 진상규명이 되어야한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수많은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학살하고 탄생한 전두환 정권은 임기 내내 광주항쟁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간첩들이 주도한 폭거라고 단정지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전두환이 내란음모죄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지만 광주항쟁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김영삼은 2년 만에 전두환을 특별 사면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 만에 종료됐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던 사실을 바로 잡고 시민을 잔혹하게 짓밟고 학살하던 계엄군의 만행을 밝혀낸 것이 소기의 성과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집단 발포 명령자와 그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은 물론 행방불명자 소재 파악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행방불명자들이 대부분 타지에서 암매장되거나 화장되었다는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볼 때 광주항쟁 당시의 사망자들은 공식적인 163명을 훨씬 웃도는 숫자일 것이다. 조사위원회가 3년 동안 군 관계자의 증언을 수집한 결과 당시 계엄군이 20여 곳에서 50회 이상 발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상부의 지시가 있었고 그 책임자로 전두환을 지목하는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카치아피카스 미웬트워스공대 교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미래사회에 자유라는 빛을 던져준 사건으로 규정했다. 독재정권에서 민주화로 가는 역사의 지렛대이며 그 에너지가 전 세계에 강하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고한 시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짓밟는 반민주, 군사독재의 야만성을 세계에 폭로함으로써 1980년대 대한민국 뿐 아니라 필리핀, 타이, 중국, 베트남 등의 민주화 운동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 민주사에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이다.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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