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전지·반도체는 50%로, 철강·알루미늄·리튬이온 배터리 25%로 ↑
▶ 中에 관세폭탄… “불공정 무역관행 해결 위해 전세계 파트너와 협력 강화”
▶中 “단호히 반대·엄정한 교섭 제기”…美中, 통상 갈등 격화 가능성
조 바이든 대통령[로이터=사진제공]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키로 했다.
또 철강·알루미늄 및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관세도 25%로, 반도체와 태양 전지의 관세는 50%로 인상하는 등 전략 산업과 관련된 제품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기존의 대략 2~4배 정도로 크게 상향된다.
바이든 정부가 대(對)중국 첨단기술 수출통제 조치 등에 이어 반도체 및 청정에너지를 비롯한 전략 부문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중국 때리기 경쟁'이 대선과 맞물려 가열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중간 통상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및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무역대표부(USTR)에 이런 관세 인상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대상은 중국산 수입품 180억 달러(약 24조6천510억원)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대중(對中)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인 2018~2019년 301조에 따라 부과한 대중 고율 관세에 대한 USTR의 심층 검토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트럼프 정부 당시 부과된 고율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제품은 지난해 기준으로 2천260억달러(약 309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부과되는 트럼프 정부 당시의 고율 관세는 이번에 하나도 인하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무역법 301조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행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강화한 고율관세정책은 미국의 영구적인 대중국 정책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우선 올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최종 관세는 기존 27.5%(최혜국 관세 2.5%에 25% 추가)에서 102.5%(최혜국 관세 2.5%에 100% 추가)로 올라간다.
백악관은 보도 자료에서 "상당한 과잉 생산 리스크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보조금과 비(非)시장적 관행 속에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70% 증가해 다른 곳에서의 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의 관세율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또 ▲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7.5%→25%(연내) ▲ 리튬이온 비(非)전기차 배터리 7.5%→25%(2026년) ▲ 배터리 부품 7.5% → 25%(연내) 등으로 각각 관세를 올린다고 밝혔다.
또 핵심 광물 가운데 천연 흑연 및 영구 자석의 관세는 현재 0%에서 2026년에 25%로 올라간다.
이 외 다른 핵심 광물은 올해 0%에서 25%로 크게 상향된 관세율이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또 연내 특정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0~7.5%에서 25%로 인상키로 했다.
이어 2025년까지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50%로 인상한다.
백악관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부문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중국의) 시장점유율 확대 및 생산 능력의 빠른 확장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이 주도하는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연초부터 미국 기업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 사용 현황 등에 조사에 착수했으며 최근 이를 완료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백악관은 태양 전지에 대한 관세는 태양 전지 모듈의 조립 여부와 무관하게 25%에서 50%로 올해 일괄적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중국의 정책 주도형 과잉생산으로부터 해당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목표다.
이밖에 ▲ 항구 크레인(Ship-to-Shore Cranes) 0% → 25%(연내) ▲ 주사기 및 바늘 0% → 50%(연내) ▲ 마스크를 비롯한 개인 보호 장비(PPE) 0~7.5% → 25%(연내) ▲ 의료 및 수술용 고무장갑 7.5% → 25%(2026년) 등으로 관세가 크게 상향된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은 4년마다 정책 효과 등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USTR은 최근까지 트럼프 정부 당시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반에는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 고율 관세를 조정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대선이 다가오면서 기존 고율관세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등 기조로 바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통상 정책 공약, 이른바 '중국 때리기'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선호 등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광범위한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에 추가로 막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른바 '보편 관세 10%' 부과를 공약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는 60% 이상 고율의 관세 적용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또 중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에 대해서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으나 지난 11일 유세에서는 이를 200%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전략적인 부문에서 신중하게 타깃을 맞춘 것"이라면서 "우리는 동맹을 훼손하거나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무차별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이런 관세 폭탄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기한다"면서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가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에 맞대응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양국간 통상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현재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가 거의 없고, 미국이 중국의 태양광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이유 등으로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상징적인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AP통신은 "새 관세는 18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상당히 상징적"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