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지구촌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돈다. 유럽은 1945년 이래 최대 규모의 지상전으로 불안감에 휩싸였고, 중동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요동친다. 그러나 이들은 ‘제3의 지역’인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빚어내는 긴장감과 불안감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최근 들어 미-중 갈등이 다소 진정되면서 양국 관계도 서서히 안정을 잦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워싱턴 내부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매트 포팅거와 마이크 갤러거는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냉전 스타일의 억제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팅거와 갤러거가 제시한 억제정책의 목표는 “중국 인민이 개발과 통치의 새로운 모델을 탐색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지난주 필자가 진행하는 CNN 프로그램에서 포팅거는 “미국의 효과적인 억제 전략은 자연스레 중국의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들이 추구하는 최종목표가 베이징의 정권 교체임을 시인했다. 포팅거는 트럼프 캠프의 중국정책 담당 수석 보좌관의 역할을 맡고 있고, 갤러거 전 하원의원은 연방하원 중국특별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의 견해는 차기 공화당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기본 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팅거와 갤러거는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하는 바이든의 전략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며 “현 정부가 베이징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1980년대의 레이건 정책 스타일 대신 양국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1970년대 스타일의 화해 정책을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그들에 따르면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요란스런 파열음을 환영해야 한다.
이 에세이는 우파 인사들의 이른바 ‘대체 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펼쳐놓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그들의 카드를 테이블에 펼쳐놓음으로써 포팅거와 갤러거는 우파가 선호하는 억제정책이 얼마나 부주의하고, 위험하며 비실용적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오늘날의 중국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소련과 닮은 점이 거의 없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국가들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부자연스런 제국이었다. 게다가 모스크바의 낡은 경제 모델은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무역국가다. 또한 과거 소련의 완전한 국가 소유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는 민간분야와 공공분야가 혼합되어있다. 중국 전체 수출의 92%가 민간분야에서 나오고, 이 가운데 42%를 외국 투자자들과 연결된 민간 기업이 담당한다. 최근의 둔화 세에도 뷸구하고 중국 경제는 5%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거대한 시장 규모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경제대국의 지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이 경제적으로 고립되었던 반면 중국은 글로벌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된 상태다. 미국과 소련의 교역량은 최고 연 수십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정도는 현재 미국과 중국이 단 며칠 만에 작성하는 교역량에 불과하다. 소련의 국내총생산(GDP)의 역대 최고액은 3조 2,000억 달러로 글로벌 GDP의 7.5%에 그쳤지만 오늘날 중국의 국내총생산액은 글로벌 GDP의 20%를 차지한다.
근본적인 차이점을 꼽자면, 소련은 대체로 천연자원 의존형 경제로 오일, 가스, 석탄, 주석과 알루미늄 등 채취산업이 성장의 상당부분을 견인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다양화된 제조 산업과 미국에 버금가는 세련된 정보기술 산업이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소련 경제는 1970년대에 성장엔진이 꺼지면서 고사위기를 맞았으나 뒤이은 오일쇼크로 세계 유가가 4배나 급등한 덕분에 간신히 경제의 생명줄을 붙잡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유가가 급락하자 소련도 맥없이 무너졌다.
만일 미국이 중국 억제정책의 길로 나선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 120여 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중국의 무역 파트너 가운데 대다수는 베이징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 예를 들어 나이제리아인의 82%는 중국의 투자가 자국 경제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유럽 국가들조차 중국을 라이벌 겸 파트너로 간주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대만을 둘러싼 최악의 시나리오 상황에서도 “유럽은 미국처럼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발언은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지만 한 독일 사업가는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우리 모두가 마크롱의 공개적인 발언을 믿고 받아들인다”고 귀띔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양국의 경제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다.
과거에 미국이 시도했던 정권 교체 전략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쿠바, 베네수엘라, 북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좋은 예에 속한다. 더구나 눈 부신 경제발전의 공로를 인정받는 시진핑 정권의 교체 시도는 성공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수십 년에 걸친 빈곤과 고통의 사슬에서 벗어난 중국의 평균 소득은 1978년에서 2015년 사이에 9배가 늘어났다.
호전성에 찌든 우파 진영의 주장은 20년 전에 분출했던 이라크 정권 교체 요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광대한 면적과 국제사회와의 깊숙한 연계 탓에 억제와 정권 정복 전략은 미국을 머리카락이 쭈뼛해지는 위험한 길로 내몰기 십상이다. 지속적인 중국과의 대립은 글로벌 경제를 와해시키고, 미국의 고립과 타이완을 둘러싼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길로 들어서야할 필요가 있는지 곱씹어 보아야 한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
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