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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자 줄이고 인도·아시아로…‘지정학적 부의 이전’

2024-05-10 (금) 서울경제=김흥록·윤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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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컨 콘퍼런스 2024

▶ 테마섹 “인도 투자 50% 늘릴 것”
▶버지니아 연기금 중국 투자중단
▶지정학 갈등이 인플레 우려
▶인프라·원자재 투자 늘듯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변화로 주요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 글로벌 큰손들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으로 가던 자금줄은 줄고 미국이나 인도·아시아 시장 투자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정학적 갈등이 첨단기술과 군사 등 정부 투자를 늘려 일상적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7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4’에서 참가한 여러 펀드 기관들은 현시점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성장률 전망이 아닌 지정학 리스크를 꼽았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로힛 시파히말라니는 “지금 가장 중요하고 집중하고 있는 요소는 지정학”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이 중요하지만 3~5년 뒤를 바라봐야 하는 국부펀드의 특성상 지정학이 투자 결정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파히말라니 CIO는 “중국은 중요한 투자처였지만 이제는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캐런 카르니올탬부어 CIO는 “기업들은 이미 매일 미중 관계의 변화를 체크하고 있고 장기적인 방향을 이해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미국 공공 연기금 중에는 중국 투자를 이미 중단한 곳도 있었다. 앤드루 전킨 버지니아 연기금 CIO는 “지정학 우려로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사모투자 부분은 일단 보류했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10년 내 중국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투자 폴트폴리오가 미국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은 펀드 운영 기관의 고민거리다. 이에 아시아 시장이 수혜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카르니올탬부어 CIO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을 포괄하는 투자 전략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환경이 서로 비교적 낮은 상관관계가 있어 상당히 좋은 다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파히말라니 CIO는 인도를 지목하며 “지난 3년간 인도 투자를 2배 늘린 데 이어 앞으로 3년 안에 현재 투자 규모의 50%를 더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도 단기적 수혜를 볼 수 있겠지만 규모의 제약이 있는 반면 인도는 대규모 내수 시장이 있어 다변화 전략의 주요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인도 진출 20년째인데 지금이 가장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인프라와 원자재 분야에 대한 자본 투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정학 갈등이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르니올탬부어 CIO는 “지정학적 압력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생겨났고 세계적으로 군사비와 공급망 재구축 비용이 늘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친 정부 주도의 지정학적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이다. 시파히말라니 CIO는 “인플레이션이 2%인지 3%인지에 따라 투자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정학에 따른 고물가 시대에는 인플레이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며 “기존에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던 인프라와 원자재 등이 그런 자산”이라고 짚었다.

미중 공급망 재편 전략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경쟁과 맞물려 군사적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 겸 의장은 “지금까지 전쟁은 민족적 차이나 더 많은 땅을 놓고 벌어졌지만 이제는 기술 때문에 벌어질 것”이라며 “만약 미국과 중국이 각각의 인터넷이나 AI를 추진한다면 서로에게 자신의 기술을 채택시키기 위해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워싱턴DC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지정학적 경쟁이 AI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지정학적 경쟁은) 매우 분명히 미국과 우리 동맹의 편”이라고 답했다. 그는 “AI와 관련된 중요한 여러 부분에서 우리가 중국과 동의하지 않겠지만 AI의 파국적 위험을 줄이자는 목표를 공유한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김흥록·윤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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