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충격패…10회 연속 본선 진출 무산
▶ 수비 불안 속 전반 2골 내줘
▶불필요 반칙 수적 열세 자초
▶연장전까지 슈팅 21개 허용
▶경기 내용에서도 크게 뒤져
AFC U-23 아시안컵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8강전에서 한국 선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그라운드를 밟겠다던 황선홍호의 꿈이 치명적 실수와 불필요한 반칙 탓에 물거품이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우리나라 23세 이하 남자축구 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정규시간과 연장전까지 2-2로 비겼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해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 3경기를 무실점으로 지킨 수비진은 이날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연장전까지 허용한 슈팅(21개)만 20개가 넘는다.
전반 15분 나온 인도네시아의 선제골은 골잡이 라파엘 스트라위크의 ‘개인 기량’에 당했다.
페널티박스 모서리 근처에서 공을 잡는 그는 오른발로 기습적으로 강하게 감아차 반대편 골대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그러나 1-1 동점이었던 전반 추가 시간, 갑작스럽게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한 장면은 변명의 여지 없이 우리 수비진의 안일한 실수 탓이었다.
인도네시아 수비수가 하프라인 아래에서 멀리 찬 공이 우리 페널티박스로 쇄도하는 스트라위크에게 연결됐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강희(경남)와 조현택(김천)의 견제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두 선수가 낙구 지점을 놓친 사이 스트라위크가 유유히 문전에 접근했다.
공은 보지 않고 몸싸움에만 집중하는 이강희가 상대의 움직임을 또 한 번 놓쳤다. 스트라위크가 침착하게 툭 밀어 찼고, 이 공이 전진할지 고민하며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백종범을 지나쳐 골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황선홍호는 전반 수비 불안을 노출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열세였다. 공 점유율에서 48.9%-51.1%로 소폭 열세였던 한국은 슈팅 수에서는 1-7로 크게 밀렸다.
전반 45분 코망 테구 트리난다가 엄지성(광주)의 헤딩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넣은 장면을 빼면 인도네시아의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도 전반에는 없었다.
공수 간격이 넓어 롱패스를 제외한 전진 패스가 드물었고, 중원에서 압박 강도도 떨어져 약체로 평가된 인도네시아가 일찍부터 주도권을 가져갔다.
반면 ‘신태용호’ 인도네시아는 기민한 공수 전환을 보였고, 수비 시 선수들의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파고들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황선홍호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후반 초반에도 연거푸 실수를 저지르며 좀처럼 동력을 받지 못했다. 후방에서 부정확한 패스와 공격 지역에서 드리블 실수가 상대 역습으로 이어져 후반 9분부터 4분간 인도네시아가 4회 연속 슈팅을 쏟았다. 날카로운 상대 역습을 경험하고 전진이 어려워진 황선홍호에 후반 25분부터는 더욱 어려운 국면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불필요한 반칙 때문이었다.
후반 21분 골잡이 이영준(김천)이 인도네시아 페널티지역 모서리에서 경합 도중 저스틴 허브너의 정강이를 발로 밟았다.
당초 옐로카드를 준 주심은 2분가량 비디오판독(VAR) 끝에 판정을 번복하고 이영준의 퇴장을 지시했다. 졸지에 수적 열세에 처한 황선홍호는 후반 39분 정상빈(미네소타)이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내는 골을 터뜨리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황 감독까지 퇴장 지시를 받는 악재가 겹쳤다.
황선홍호는 사령탑 없이 치른 연장전을 실점 없이 버텼으나 승부차기에서 12번째 키커 이강희가 실축하고, 상대 키커 프라타마 아르한은 성공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황선홍호가 2022 U-23 아시안컵에 이어 2회 연속 8강에서 발길을 돌리면서 한국 축구의 파리 올림픽 진출 가능성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