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프는 일석이조 운동

2024-03-23 (토)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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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정서적으로 차분하게 정신을 쓰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우리 국민의 성향과 잘 맞는 스포츠 같다. 경기 중에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실력과 노력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한국 여성 골프가 세계를 제패하며 많은 우승자가 나올 때 왜 한국 여자가 골프를 잘 치는가 하는 분석이 있었다. 뜨개질을 잘 했고 젓가락 사용이 손놀림에 골프에서 손의 근육과 관절 사용이 같이 정교히 움직이는 것을 연관시켜서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골프는 신사의 운동이다. 내가 내 점수를 속일 수도 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내 점수에 집중하며 마음을 잘 다스리며 하는 운동이다. 남녀노소 한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과격하지 않은, 자연을 즐기며 할 수 있는 건전한 오락과도 같은 운동이다.


강도가 높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골프는 운동이 안 된다고 하지만 걸어가며 하면 운동량이 꽤 되는 운동이며 나이 먹은 사람에게는 이 이상의 좋은 운동이 없다. 오락적인 재미도 있고, 자연을 즐겨가며 칠 수 있어서, 여러 즐거움을 같이하며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운동이다.

여러 세월을 기본기 있게 배우고 마음을 잘 다듬은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틀린 점은 누가 더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욕심 없는 스윙을 할 수 있는지가 다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을 평심을 유지하여 치면 잘 되는 것이 ‘구도의 길’에 가깝다.

골프는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자만하면 안 되고, 기만이 있으면 더 안 된다. 상대를 깔봐도 안 되고, 허풍을 떨어도 안 되고, 얕은 마음으로 상대를 우습게 보아도 안 되며, 깝죽대면 더 안 된다. 기선을 잡을 듯이 말이 많아도 안 되고,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초조하지 않은 여유로운 마음까지 갖추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잘 조화되어야 운도 따르며 점수가 잘 나온다.

아마추어는 친구와 즐거운 마음으로 치는 것이 우선이지만 절대로 건성의 마음으로 잘 치는 사람 없고, 나이를 잊고 정성껏 치는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잘 치며 같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80이 넘고 90이 되어도 젊은이와 똑 같은 기량을 갖고 있다. 포기가 없으므로 늙음과 젊음에 차이가 없다.

어느 운동이고 내 편과 다른 편으로 나뉠 수 있지만 골프는 내가 못치고 남이 잘 쳤을 때 진정으로 축하해주고 내 마음을 평심으로 유지시킬 때 운동 이상의 얻음이 있다. 여러 마음의 유혹을 뿌리치며 자신과 남에게 정직을 최우선으로 치는 것은 골프의 중요한 한 부분이며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며 두 가지를 함께 고쳐가며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신비로운 운동이다.

골프는 우리에게 맞는 운동이다. 못 살았던 시절 과거의 신분상승으로 골프를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통하는 말이 아니다. 경쟁심과 도전 욕구가 끈질기고 이겨야 하는 승부욕까지 겹쳐서 즐거움을 더해주는 운동으로 좁은 나라에 좁은 공간에서도 즐기도록 실내 골프도 발전되어있다.

우리는 골프를 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여가를 선용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민족이다.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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