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10에이커 105만달러?...주택가 금싸라기 땅 매물로 깜짝 등장해 ‘화제’

2024-03-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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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120년 역사 자랑하는 공동묘지 부지

땅값이 금값일 정도로 개발여지가 부족한 시애틀지역에 10에이커나 되는 주거지역 부지가 단돈 105만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금방 팔릴 것 같지는 않다.

발라드 북쪽 노스 시애틀의 크라운 힐 동네에 위치한 이 땅은 12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크라운 힐 묘지’이다. 주정부로부터 묘지 비즈니스나 장의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매입할 수 있고, 매입 후 새로운 매장을 확충하기 위해 기존 유골들을 파낼 수도 없다.

지난 1999년 이 묘지를 인수한 존 밀러 부부는 재정난으로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2021년부터 소송에 휘말려오다가 지난 1월 킹 카운티 법원으로부터 묘지를 매각해 약 230만달러로 추산되는 빚을 일부나마 갚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재산관리인으로 지명한 시드 콘스탄티네스쿠는 묘지 판매가격을 105만달러로 정한 것은 전국의 묘지 시세와 크라운 힐의 향후 비즈니스 전망을 감안한 결과라며 1~3개월을 두고 최고가의 원매자를 찾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밀러 부부는 묘지가 팔릴 때까지 계속 영업할 수 있다.

이 묘지는 1902년 당시 독립 시였던 발라드 주민들의 청원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크라운 힐 동네 자체는 물론 20세기에 불어 닥친 시애틀의 서북부 팽창보다도 역사가 깊다. 이 묘지엔 1918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포함한 무더기 사망자들이 묻혀 있으며 심지어 남북전쟁 전사자들의 고색창연한 묘비들도 볼 수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콘스탄티네스쿠는 이 묘지에 납골당이나 웅장한 가족묘 등을 유치하고 현재 별로 사용되지 않는 도로를 매장지로 추가하면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수도 있다며 이곳에 아파트나 콘도를 지으려는 개발업자들은 꿈도 꾸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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