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랠리서 소외·EU 규제 강화
▶中판매 부진에 주가 연일 하락
▶ 애플카 포기 후에도 비전 부재
▶시장 “공매도 맛집” 굴욕까지
2007년 6월 스마트폰이 출시된 후 17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애플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빅테크 시장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랠리에서 소외된 데다 야심작 ‘비전프로’의 존재감도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 전기차 개발 포기 등 악재가 겹쳤다. 설상가상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공매도 맛집’이라는 굴욕적인 별칭까지 얻었다.
5일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84% 내린 170.12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160달러대를 수차례 기록하며 170달러 저지선조차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70달러대가 뚫릴 경우 지난해 10월 최저치인 165.67달러로 후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애플 주가는 8.36% 떨어지며 맥을 못 추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가 7.95% 상승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AI 주도주로 자금이 쏠리며 애플이 철저하게 외면받는 탓이다. 올 1월에는 MS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겪었는데 이후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이날 기준 MS 시총은 2조9,90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애플은 2조6,300억 달러로 쪼그라든 상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애플에 대한 공매도가 쏟아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회사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애플은 올 2월 한 달간 공매도 수익이 두 번째로 높은 주식으로 꼽혔다. 2월 애플 공매도로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6억600만 달러에 달했다. 2월에는 10년간 공들인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다는 소식까지 발표됐다. 앞서 야심 차게 내놓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다. 무엇보다도 미국 빅테크의 성장 테마가 AI로 바뀌면서 엔비디아·MS·메타 등의 주가는 뛰는데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AI 랠리에서 완전히 소외됐다는 평가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애플이 AI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빅테크들이 초거대 AI 개발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로 AI 혁신을 주도하는 반면 애플은 아직 이렇다 할 AI 전략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애플카 개발 계획을 접고 인적자원을 AI에 집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AI 분야에서 새 지평을 열겠다”는 주주서한을 보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킴 포러스트 보케캐피털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옳건 그르건 애플은 AI와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를 통해 선점한 ‘AI 스마트폰’ 시장도 애플을 조급하게 만든다. 리스 윌리엄스 웨이브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전략가는 “삼성이 생성형 AI폰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아 추진력을 발휘할 동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뒤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견고했던 아이폰 판매량도 꺾이고 있다. 이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들어 첫 6주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반면 이 기간 화웨이 판매량은 6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애플 점유율은 15.7%로 기존의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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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