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미니스트리, 세계 한인 선교사 대상 조사
▶ 방문 전 ‘현지 문화 이해•영적 전쟁 대비’ 필요
선 미니스트리가 2000년대 중반 케냐로 파송한 청년 단기 선교팀이 현지 청소년들과 비누거품 놀이를 하는 모습. <선 미니스트리 제공>
불과 4년 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선교사들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코로나에 감염된 선교사가 비자발적으로 사역지를 떠나는 바람에 수십 년간 일궈온 사역 현장이 하루아침에 흔들렸다. 사역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몇몇 한인 선교사가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지금도 들어도 마음 아프다. 팬데믹이 여러 선교지를 흔든 가운데에서도 팬데믹 기간 한인 단기 선교는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선 미니스트리(대표 김정한 선교사)가 전 세계 한인 선교사 11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6일까지 코로나 팬데믹이 선교지와 선교 사역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아시아(55명), 아프리카(27명), 중남미(18명), 유럽(10명)에서 활동하는 한인 선교사들이 참여했다.
팬데믹 기간(2020년 1월~2023년 5월) ‘단기 선교사팀이 방문했는가?’라는 질문에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 74명의 선교사가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단기 선교팀이 1~2회 방문했다는 선교사는 25명 있었고 3~5회 이상 단기 선교팀을 받은 선교사도 11명이나 됐다.
1981년부터 케냐에서 활동하는 임종표 선교사는 “팬데믹이란 위기 속에서도 선교의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라며 “팬데믹 이후에도 한인 선교사 3명 중 1명은 현지를 떠나지 않고 선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이 이미 종료된 올해 단기 선교팀 방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60%에 해당하는 66명의 선교사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중 단기 선교팀 1~2팀을 받을 계획이라는 선교사는 21명, 3~4팀 이상의 방문을 기다린다는 선교사는 19명이었다.
풀러 선교대학원 박기호 교수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단기 선교 여건이 위축된 지역이 아직 많다”라며 “절반이 넘는 선교사가 단기 선교팀 방문 계획을 밝힌 것은 고무적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어떤 형태의 단기 선교팀 방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선교사가 전문성을 갖춘 선교팀 방문을 희망했다. 전문 사역팀이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선교사는 35명, 의료 사역팀 방문을 원한 선교사는 14명, 전도팀이 필요하다는 선교사는 26명이었다.
나머지 35명은 청년 대학팀 방문을 희망했다. 선 미니스트리 측은 “전문 인력에 대한 필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단기 선교 풍속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앞으로 단기 선교팀 구성에 보다 세밀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계 일부에서는 단기 선교의 효용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 참여한 선교사들은 단기 선교팀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도움을 들었다. 선교사역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선교사가 48명으로 가장 많았고, 팀원에게 선교 도전 제시(40명), 파송교회와 협력관계 증진(12명), 동역 선교사 모집(10명) 등이 언급됐다.
단기 선교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선교사들은 단기 선교를 준비할 때 현지 문화와 현지인에 대한 이해(46명), 현지 사역 준비(41명), 영적 전쟁 대비(19명), 사역에 필요한 충분한 재정 준비(4명)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무 선교사는 “팬데믹 이전 단기 선교 문화는 한국 교회 선교 운동을 견인했다”라며 “건전한 단기 선교에 대한 방향성 제시와 단기 선교 재헌신을 위한 훈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몽골 선교사 오일영 목사는 “팬데믹 이후 단기 선교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기존의 단기 선교 형태보다 전문성을 갖춘 사역이 필요하고 일회성보다 장기적 선교 비전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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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