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역사 쓴 뉴욕증시 앞날은
▶ 경제성장·호실적·AI 맞물려 급등 “성장성 고려하면 아직 저평가”
▶금리인하 땐 MMF 자금 유입 기대 “특정 종목 쏠려 닷컴사태 유사”
뉴욕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000선을 넘는 신기록을 세웠다. 1923년 233개 회사에 대한 지수로 출발한 지 100여 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고강도 긴축에도 성장한 미국 경제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탄탄한 기업 실적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초 월가는 2023년 하반기에 접어들면 미국 경제가 본격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실적 역시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뚜껑을 열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5%로 잠재성장률(1.9%)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도 기대 이상이다. CNBC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332개 S&P500 기업이 실적을 보고했으며 이 중 약 81%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어닝비트)을 기록했다. 1994년 이후 평균 어닝비트 비율인 67%보다도 높다. 엔베스트넷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나 도리아는 “경제와 관련해 굉장히 좋은 지표를 접하고 있으며 시장 역시 이에 반응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결국 시장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매그니피센트7(7대 기술 업체)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엔비디아와 메타는 연초 이후 주가가 각각 50%, 35%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도 올 들어 13% 이상 상승했다. AI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미 경제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MS의 시가총액은 S&P500 에너지 부문 시가총액 합계인 1조6,000억 달러의 약 두 배에 이른다. 반면 MS의 연간 잉여 현금 흐름은 670억달러 수준으로 에너지 섹터(1,350억달러)의 절반에 그친다. 베런스는 “AI에 대한 기대가 에너지 섹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미국 증시가 새 이정표를 세우면서 투자자들은 주가가 적정 수준인지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주가를 주당 수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는 이미 S&P500가 투자하기에는 비싼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의 지난 12개월 수익 기준 PER은 24.18로 10년 평균선(20.36)보다 높다. 주당 수익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의미다.
향후 1년 수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PER도 20.38로 장기 평균선(17.96)을 상회한다. 투자 관리 서비스 업체 러퍼의 디렉터 맷 스미스는 “현재 투자자들은 다소 겁 없이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 주식은 현재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장성을 고려하면 주가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의 경우 현재 S&P500은 1.48로 10년 평균인 1.49보다 낮다. PEG는 PER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로 나눈 값으로 PER에 성장성을 포함해 주식 가치를 판단한 방법이다.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WSJ는 PEG 개념으로 보면 엔비디아가 0.78에 그쳐 저렴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현 시장은 어떤 기준으로도 고평가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증시를 낙관하는 쪽은 올해로 예정된 기준금리 인하가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에 쌓여 있는 자금이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MMF는 주로 1년 미만 미국 국채(T-Bill) 등 단기금리 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2000년 초 4조달러 수준에서 현재 고금리로 인해 6조12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그니피센트7으로 대표되는 소수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2000년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는 경고가 대표적이다. JP모건에 따르면 S&P500 전체 시가총액 중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3%로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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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흥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