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 플라스틱봉지 ‘예스’ 재활용 종이봉지

2024-0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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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부엌서랍이나 수납장 한구석에 쌓여있는 봉지더미가 있다. 마켓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백들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0년 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봉지의 무료제공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10센트만 내면 ‘튼튼한’ 플라스틱 봉지를 살 수 있다. 장보러 갈 때 깜빡 자기 백을 잊고 가는 소비자들은 손쉽게 봉지를 사게 되고 계속해서 쌓이는 것이다.

가주 정부가 2014년 일회용 봉지를 금지한 이유는 재활용 봉지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재활용을 위해 더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이 유료봉지들을 재사용하는 가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과 상점들이 홍보용으로 훨씬 더 크고 견고하게 만든 장보기용 백들을 공짜로 주기 때문에 굳이 마켓에서 파는 플라스틱 봉지를 재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가주에서 버려지는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2004년 8파운드에서 2021년에는 11파운드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 환경청에 의하면 2018년 미국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무려 3,500만 톤, 이 가운데 8.7%만이 리사이클 됐다.


플라스틱 비닐봉지는 스웨덴의 공학자 스텐 구스 타프 툴린이 석유가 원료인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에틸렌을 이용해 처음 만들었으며 미국에서는 1965년 특허가 승인됐다.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손잡이 있는 비닐봉지’의 시초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처음 비닐봉지를 만든 계기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엔 대부분 종이봉투를 사용했는데 툴린은 수많은 나무를 베어내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 나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종이보다 오래 쓸 수 있는 비닐봉지를 고안해냈다. 이후 비닐봉지는 빠르게 전 세계로 퍼졌으나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에서 썩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90년대부터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졌다.

가주 의회가 2026년부터 모든 플라스틱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100% 재활용 종이봉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쇼핑할 때 늘 자기 백을 챙겨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울 것도 불편할 것도 없는 변화다. 그러나 백을 챙기기 귀찮아서 습관적으로 구매해온 사람들은 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지구환경과 바다생물들을 위해 조금 불편해져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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