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의 총기난사 부모에게 책임 묻는다

2024-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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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총기난사를 벌인 10대 소년의 어머니가 살인죄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에서 학내 총기난사가 자주 일어나지만 범인의 부모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의 총기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일 미시건주 오클랜드카운티법원 배심원단은 제니퍼 크럼블리(45)에게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그녀는 2021년 자신이 다니던 옥스퍼드고교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학생 4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이선 크럼블리의 어머니다. 범행 당시 15세였던 이선 크럼블리는 1급 살인죄에 유죄를 인정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고, 어머니의 형량은 4월9일 선고된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부모 제니퍼와 제임스 크럼블리까지 살인혐의로 기소한 이유는 아들의 범행의사를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예방하지 않아 사실상 범행을 방조했기 때문이다.


범행이 일어났던 날 담임선생은 이선의 수학노트에 권총, 총알, 피 흘리는 사람이 그려져 있고 “사방이 피”, “(총기난사)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도와달라” “내 삶은 쓸모없어” 같은 글이 쓰여 있는걸 보고 즉각 부모를 호출해 “이선에게 정신상담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들의 조퇴를 거부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학교를 떠났고, 약 한 시간 뒤 아들은 부모 몰래 챙겨온 권총을 가방에서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검찰은 범행 나흘 전 아버지가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총을 사줬고, 어머니는 그 주말에 아들을 사격장으로 데리고 갔으며, 미성년자의 총기는 부모가 잠금장치를 해서 보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침실서랍에 그냥 놔둔 것을 범행 방조로 보고 있다.

청소년 총기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부모의 책임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지만 실제 유죄평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크나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평결에 대한 법적 논란도 적지 않다. 부모가 자녀의 모든 행동을 책임질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총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주의해도 모자라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성년자녀의 총기소유와 관리가 부모의 책임이라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결코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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