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도 태어난 나라에서 살고 싶다

2024-02-02 (금)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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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민이 유행인가보다. 혜택도 많다고 한다. 고국에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동생이 있고 친구가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돈 벌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꿈이었다.

40년을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 미국에서 살았지만 지금도 내 나라를 그리워하며 산다. 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같다. 정작 가보면 낯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불편함을 담고 돌아오지만 조금 지나면 또다시 그립다.

오로지 돈 벌어서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힘든 마음 술로 달래면서 살았지만 지금은 변했다. 자발적으로 바꾸었다기보다 시간이 흐르니 저절로 이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두 딸이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과 결혼을 했다. 그러면 저절로 멀어져서 고국으로 가서 살기가 쉬워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부부만이 가족이 아니다. 딸의 가족도 내가 만들어서 살아가는 누구보다 가까운 울타리다. 문제가 생겨서 해결해주는 사람도 가족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나를 보살펴줄 사람은 내 가족뿐이다. 마지막에 옆에 있어줄 사람은 배우자나 가족뿐이다. 배우자도 같이 죽지 않는다.

나에게는 두 손주가 있는데 특별한 취미가 없어서 그런지 손주 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 커가면서 서서히 멀어질지언정 그들이 커가는 모습에 나의 말년 인생이 달렸다. 절대로 손주 안 봐주고 내 인생을 내가 산다고 열심히 밖에서 친구와 어울리며 재미있게 사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손주와 지내는 게 세상에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

한국에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어머니 보고 싶은 마음으로 나가서 친구는 덤으로 만났었다. 지금은 손주 나라가 잘 되도록 이 나라에 같이 잘 살아가도록 나도 힘을 보태며 사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두 개의 나라에 다 잘 살기를 기원하며 자식들이 사는 곳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두 개의 나라에 힘을 보태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하다.

태어난 나라는 마음으로 같이 하고 살아가는 나라는 몸으로 같이 하지만 사랑하는 것은 같다.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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