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홀로코스트 인연 두 할머니 극적 상봉...‘구해준 자와 구해줌을 입은 자’ 80여년만에 시애틀서 회고담 공개

2024-01-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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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인연 두 할머니 극적 상봉...‘구해준 자와 구해줌을 입은 자’ 80여년만에 시애틀서 회고담 공개
제 2차 세계대전 중 한 친절한 네덜란드 인의 집에 숨어 홀로코스트 위기를 넘겼던 유대인 생존자가 고인이 된 은인의 동년배 딸과 시애틀에서 80여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팔순을 넘긴 할머니들인 마우드 다메와 잉그리드 스테픽은 28일 ‘인류애를 위한 홀로코스트 센터’가 턱윌라의 항공박물관에서 개최한 홀로코스트 기념행사의 주인공으로 처음 만났다.

스테픽은 자신의 부모가 홀로코스트에 쫓기는 유대인들을 40명 가까이 집에 숨겨줬다는 말을 자라면서 들었다고 밝히고 이들의 명단 중에 아이들은 다메와 그 여동생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뉴저지주에서 온 다메는 너무 어렸을 때여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스테픽의 집에 숨었던 생각은 난다며 스테픽의 아버지는 당시 110여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의 홀로코스트 와중에서 여차하면 처형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가족을 구해준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원래는 자기 가족이 네덜란드 지하 저항군의 안내로 한 농장에 피신할 계획이었다며 “숨바꼭질 놀이할 집에 데려다준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다메는 가족이 농장으로 이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스테픽 부모의 집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스테픽은 약 5년전부터 다메를 백방으로 찾아왔다며 결국 그녀가 뉴저지에 생존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고 곧바로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다메는 스테픽 아버지를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했지만 그녀보다 늦게, 전쟁이 끝날 무렵에 태어난 스테픽은 다메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80여년만의 상봉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메는 2차 대전 중 자기 자매를 포함한 약 2만5,000명의 유태인이 전혀 생면부지의 네덜란드 인 집에서 숨어 살았다며 스테픽 부모는 양팔을 벌려 자기들을 환영했다고 덧붙였다. 스테픽의 아버지는 결국 독일군에 체포돼 수용소에 감금됐지만 종전과 함께 살아나왔다고 스테픽이 밝혔다.

이날 ‘구해준 자와 구해줌을 입은 자’라는 제목으로 열린 대담 형식의 강연회에서 다메와 스테픽은 300석 좌석을 꽉 채운 청중들에게 “우리 두 사람이 나눈 회고담이 친절과 동정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메가 “언젠가 세상에 평화가 깃들 것”이라고 말하자 스테픽은 “맞다”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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