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석방된 종신형 모범수 다시 수감?...피어스 카운티 검찰, 25년 복역한 전 갱 단원 재심 선고에 불만

2024-01-29 (월)
크게 작게
석방된 종신형 모범수 다시 수감?...피어스 카운티 검찰, 25년 복역한 전 갱 단원 재심 선고에 불만

로이터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타코마의 한 갱 단원이 25년만에 새로 재판을 받고 모범수로 석방됐지만 이에 반발한 검찰이 그의 재수감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어스 카운티의 매리 로브넷 검찰국장은 카운티 법원이 지난 2022년 주 대법원의 지시에 따라 키몬티 카터(44)의 선고공판을 다시 열어 그를 석방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로브넥 국장은 선고의 형량에 관한 법률은 법원이 아닌 의회가 정하게 돼 있다고 지적하고 가중살인 혐의 청소년의 형량을 줄이도록 주의회가 관계법을 개정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카터는 18세가 갓 지난 1997년 5월 한 밤중에 동료 갱 단원들과 어울렸다가 신호등에 나란히 정차한 옆 차량의 젊은이들을 라이벌 갱으로 오인하고 총격했다. 이 사고로 타코마 링컨고교의 마틴 루터 킹 2세 클럽 회장 출신으로 앨라배마 주립대학에 진학한 ‘스타 학생’ 코리 피트만(19)이 머리에 총격을 받고 즉사했고 동승했던 여학생 한명이 중상을 입었다.

카터는 재 선고 공판에서 “피트만은 나와는 철저하게 정반대였던 모범생이었다”며 그의 가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수감생활 중에도 피트만을 여러 번 언급하며 통렬하게 회개했다고 동료 수감자들이 증언했다. 카터는 먼로 교도소에서 11년간 복역하는 동안 복역자 대학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고 ‘흑인 죄수협회’를 이끌며 동료 수감자들을 교화했다.

카터는 그 뒤 옮겨간 클랠람 베이 교도소에 대학교육 프로그램이 없자 영창 내 골방을 공부방으로 만들고 시애틀 센트럴 칼리지(SCC)의 통신강의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그가 5학점만 더 따면 풀려나기 전에 준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타인종 복역자들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자 SCC 교수들이 가끔 찾아와 현장 강의를 해줬다. 카터의 놀라운 변화를 목격한 교도소 관계자들이 재 선고 공판을 담당한 타코마 법원의 스탠리 럼바우 판사에게 이를 알렸다.

럼바우 판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카터의 선처를 요청하는 편지가 쇄도했다고 밝히고 그의 반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내가 좌절한 이후’가 보여주듯이 그는 환경의 희생자였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홀어머니가 꾸려가는 극빈가정에서 11살 때 가출한 카터가 갱의 소굴에 떨어졌다가 갱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럼바우 판사는 카터의 정상참작은 물론 미성년자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 연방 대법원 지침과 최근 중범죄의 형량을 감축하는 워싱턴주 대법원 추세에 따라 카터의 형량을 340개월로 조정했다며 카터가 지금까지 복역한 기간을 감안하면 1년 정도가 남았다고 밝히고 검찰이 이 기간에 항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