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곽동현 부동산 칼럼] 이젠 렌트를 벗어나 보자

2024-01-19 (금) 곽동현/부동산칼럼니스트 NMLS ID 52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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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었다. 얼마전 고객과 새해에 처음으로 만나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객은 아주 오래 동안 알고 지내온 지인으로 비지니스를 꽤 크게 오랫동안 해 왔다. 그런데도 아직 렌트로 지내고 있는데 이 고객에게 주택 구입을 권유한 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여러가지 이유로 주택구입을 한해 두해 미루다 지금까지 왔다.
주 화두가 이번엔 꼭 주택을 구해보자였다. 지금 렌트로 지내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10년 이상씩 렌트로 살고 계신다. 지난해 20년 동안 렌트를 해오던 고객의 융자를 진행했다.


코압하나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지금 내는 렌트비가 워낙에 올라서 융자를 얻어서 내는 모기지나 별 차이가 없었다. 이런 고객분이 주택구입을 하게 되면 융자를 하는 필자가 더 마음이 설렌다.

필자는 미국 이민 와서 일 년 만에 주택을 구입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처음 렌트를 얻을 때 크레딧 기록도 없고 연고지도 없었는 데다 당시가 겨울이라 렌트로 나온 집도 드물었다.

정말 고생 고생해서 렌트를 얻었는데 2층인 데다 아이들이 어려 소음으로 아래층과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렌트를 얻을 엄두가 나지 않아
한국에 전세 자금을 빼내어 다운페이먼트를 하고 아주 작은 주택을 구입하게 되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미국 생활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런데 렌트로 오래 지내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아주 싼 렌트비로 큰 불편 없이 오랫동안 잘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어떤 게 다행이고 불행인지 약간은 의문스럽니다.

1. 렌트

렌트로 오랫동안 지내시는 분들과 상담을 하면 주택을 꼭 구입해야 하냐고 질문을 던지는 고객들이 있다. 어차피 인생은 왔다가 돌아 가는데 괜히 내집을 갖고 있으면 이것저것 신경 쓰는 것만 많아지지 매달 렌트비만 꼬박꼬박 잘 내고 이것저것 고장 나면 집주인에게 고쳐 달라고만 하면 되는데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매달 받는 급여에 렌트비만 잘 내면 대접받는 테넌트가 분명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불한 렌트비를 셈해 보라고 시키면 말씀을 못하신다. 미국은 한국처럼 전세가 없다. 렌트면 전부 월세를 내고 그냥 사라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미국에 처음 건너와서 1천5백 달러를 내고 방 2개짜리 렌트를 얻은 첫 달부터 미국이란 나라가 만만치 않구나 뼈저리게 배웠다.

당시를 회상하면 집주인에게 몇 군데 퇴짜 맞고 겨우 한 곳을 사정사정해서 3달치 디파짓을 주고 렌트를 구한 것이 고생 같지만 큰 행운이었다. 또 서너 달 지나고 집주인에게 아이들이 너무 뛰어다닌다며 쫓겨날 뻔하다 본인 비용으로 카펫을 깐 것도 어떻게 보면 큰 다행이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 살려면 무조건 집부터 마련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먹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한 8백 달러에 깨끗하고 좋은 렌트를 쉽게 구했다면 아마 그 렌트자리가 아까워서라도 내집 마련은 생각도 못하고 두고두고 우리 집 렌트 가격만 자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2. 주택구입

몇 해 전에 어느 목사님의 주택 융자를 도와 드렸는데 뉴욕에서만 20년 넘게 사시며 개척교회를 일으켜 세우신 신실하신 목사님이시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렌트로 사시다 자녀와 같이 작은 코압을 하나 구입을 하셨는데 구입하는 코압에 20퍼센트만 다운을 하고 융자를 얻었는데 당시 교회에서 받는 주택보조금 보다 약간 더 지불을 하면 월페이먼트가 가능했다.

목사님은 비슷한 주거비를 거의 15년 가까이 렌트비로 내셨는데. 아마 10년째 아주 성품 좋은 테넌트였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에 융자 상담을 했더라면 구입한 코압은 벌써 본인 집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코압은 15만 달러 미만도 수두룩 하였다. 10%만 다운을 하더라도 수입 증빙도 없이 융자를 해주던 그런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늦진 않다.

비록 자녀가 같이 올라가서 융자를 했지만 월 페이먼트만 잘하면 코싸인 해주는 자녀 또한 수년 뒤엔 전혀 무리 없이 본인의 주택을 구입할 수는 방법이 있다.

3. 렌트 vs. 주택구입

렌트와 주택구입에 대해서 비교하는 것은 별로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당연히 주택구입 쪽이 훨씬 더 장점이 많기에 그렇다.

우선 주택구입을 하게 되면 연간 내는 이자와 세금은 개인세금보고 공제대상이 된다.
20년 넘게 아무리 꼬박꼬박 렌트비를 내어도 렌트비는 한 푼도 세금 공제를 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30년 모기지 꽤 긴 것 같지만 한번 살아보면 30년도 한세월이다.

언젠가는 원금 상환이 되고 가장 좋은 은퇴 자금이 준비될 것이다. 또한 내집 마련은 렌트보다 훨씬 더 안정된 이민 생활을 가져다주고 더 큰 주택으로 옮기기도 유리하다. 렌트를 살다가 처음 주택장만은 힘들지만 작은 코압이라도 갖고 있으면 팔고 좀 더 큰 주택으로 옮기는 것은 훨씬 용이하다.

아울러 주택을 갖고 있으면 에퀴티의 유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유용할 수도 있다. 비록 이자가 급등했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가장 싼 이자로 은행에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주택을 담보로 융자받는 것이다.

주택 에퀴티를 잘 이용하면 추가 주택구입도 가능하고 작은 비즈니스 자금도 주택을 이용해서 가능하다.

4. 빨리 랜트로 갈아 타야

주택을 가지신 분들 중에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꽤계신데 어떻게 해서든 내집 마련을 해 보려고 주택은 구입했지만 아직 페이먼트가 많이 남아 있고 나이는 점점 들어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면 또 다른 문제이다.

이런 분들은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좋은지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을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은퇴 연금이나 401K 등으로 충분한 자신이 모아져 있고 모기지 페이먼트가끝났다면 굳이 주택을 처분할 필요는 없으나 메디 케이드나 노인 아파트를 얻을 경우에는 주택 소유는 분명 걸림돌이 된다.

본인의 경제 사정에 맞춰 미리 주택을 처분하고 랜트로 사는 것이 나이가 들어 복지 혜택을 받는 데는 훨씬 유리할 수도 있다.

이처럼 내집 마련은 좋은 소망이 될 수도 있고 잘못 욕심을 부리면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간혹 렌트로 살면서 주택가격이 내릴 때만을 기다리는 참 안타까운 분들도 계신데 한인이 주거하는 미국 동부지역은 주택이 천천히 오를지언정 내리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새해에는 이왕 미국에서 터를 잡고 살바엔 편히 쉴 수 있는 내집 정도는 한번 마련해 봐야 되질 않을까 싶다.

문의: 917-696-3727

<곽동현/부동산칼럼니스트 NMLS ID 52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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