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물과 함께 마시는 초미세 플라스틱

2024-01-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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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생수병 안에 든 물에서 극도로 작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수십만 개 이상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전에 추정된 것보다 최대 100배 많은 양이다.

병물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는 과거에도 여러 번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견이 놀라운 것은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보다 훨씬 작아서 그 출처조차 확인할 수 없는 초미세플라스틱(nanoplastic)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일정 크기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은 배변 활동으로 배출되지만 초미세플라스틱은 소화관 내벽은 물론 혈관벽도 통과하기 때문에 체내로 흡수되어 혈관에 잔류하거나 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병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이유는 병을 만들 때 열처리하면서 플라스틱 분자구조가 분해되기도 하고, 물을 필터로 정수하고 병입하고, 포장하여 보관하는 모든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물에 퍼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은 현재 우리의 모든 환경에서 검출된다. 인간이 플라스틱을 만들어낸 이래 땅과 산과 바다, 북극과 남극, 성층권과 심해 해저 등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되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과 음식, 우리가 입는 옷도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돼있으니 현 인류를 ‘호모 플라스티쿠스’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생수업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표준화된 측정 방법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에는 DNA 손상을 유발하고 세포의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화학첨가제가 포함돼있으므로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논란을 떠나 플라스틱 자체가 환경에 미치는 오염도를 생각한다면 병물을 자제할 이유는 충분하다. 미국 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병물 대신 재사용 가능한 병에 수돗물을 담아 사용하면 건강도 챙기고 지구 환경에도 일조하고 돈도 절약하는 의미있는 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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