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재윤의 딱히 몰라도 되는 짧은 상식

2024-01-02 (화) 정재윤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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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페리뇽(Don Perignon)은 왜 비쌀까?

와인을 좋아하는 한인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어야 제대로 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잘난 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에 와인보다는 유독 샴페인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다.
와인과 샴페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와인과 샴페인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인과 샴페인 사이에 깊은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샴페인은 과연 어떤 술일까?
프랑스의 상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한다. 특별히 상파뉴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 중 피노누아, 피노므니에, 샤로도네로 만든 제품으로 병 안의 압력이 5기압 이상인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샴페인은 어떻게 발명되었을까?
17세기의 수도사 페리뇽이 추운 겨울이 지난 뒤 지하 와인 저장고를 들렀는데 와인 병이 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와인 병들이 깨지게 된 원인을 조사하던 중, 숙성 과정에서 미처 제거되지 못하고 병 속에 남아 있던 효모가 따뜻한 봄이 되면서 다시 발효를 일으켜 탄산가스가 생성되어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깨진 병 안에 남아있는 와인의 맛이 독특했다. 와인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톡 쏘는 느낌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그 후 페리뇽은 이 탄산 와인을 상품으로 개발시키기로 마음을 먹는다. 우선 포도의 어떤 품종을 섞어야 맛이 가장 깊어지는 지를 연구했고, 탄산가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병을 구해 본격적으로 샴페인(물론 당시엔 이름도 없었지만)을 제조하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 코르크 마개가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개를 철사로 고정시키면서 새로운 술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최초의 샴페인은 그 수도사의 이름을 따, <동페리뇽(Don Perignon)>이라 이름 지어졌다.
<최초>라는 단어에는 늘 프레미엄이 붙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최초가 모두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동페리뇽은 최고가의 유명 샴페인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을까?
바로 <모엣 샹동 (루이비통, 지방시, 크리스챤 디올을 소유하고 있는 LVMH 그룹)>이 이 제품의 상품성을 간파하고 판매를 하면서 부터이다. 동페리뇽 샴페인이 탄생되기까지의 스토리가 있었고, 당시 왕족과 귀족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기에 좋은 뒷배가 있는 셈이었고, 나폴레옹마저 이 샴페인의 맛에 심취했었다는 사실을 스토리텔링 하여 마케팅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고가의 샴페인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사실 동페리뇽이 머물던 오빌레 수도원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폐쇄됐었다. 이 곳을 복원하여 그 자리에서 '동페리뇽' 샴페인을 생산한 것도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십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 매년 엄청난 양을 사들이면서 가격은 더 올랐다
최초라는 역사와 수십년 숙성시킨 품질과 LVMH 그룹의 마케팅 기술이 접목되어 세계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 프랑스의 도시 이름 <상파뉴(Champagne)>를 영어식으로 읽으면 <샴페인>이 된다.

<정재윤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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