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기한의 음악이 있는 인생 2막!

2023-12-22 (금) 박기한 음악 칼럼니스트
크게 작게

▶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때 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듣기 위해 모은 필자의 플레이 리스트
일부를 공유해 보려한다...!

이번 글에서는 한 앨범이나 아티스트에 집중하기 보다는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듣기위해 필자가 모아놓은 플레이 리스트 중 비교적 최근에 추가한 곡들 몇 곡을 소개하며 그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음악 감상의 환경이 CD 나 LP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뀐 요즘이다. 보니 이런식의 보다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음악 소개 방식을 취하기가 용이해진 점은 너무 좋은 듯 하다!
1. Bruce Springsteen – I Wish I Were Blind (from Live Series :Songs on Keys)

필자가 이 곡을 처음 듣게 된 건 1992년에 Bruce Springsteen의 MTV 공연에서였다. MTVUnplugged 공연 시리즈가 인기를 끌던 그 시절이었지만 Bruce Springsteen은 자신의 들이 어쿠스틱 악기들로 편곡되는 통상의 unplugged 공연 방식이 아닌 원래 자신이
홍보하고 싶었던 당시의 신보 [Human Touch]와 [Lucky Town]의 방식 그대로 일렉트릭
기타와 앰프를 사용하는 방식을 고집하였다고 한다. MTV unplugged의 포맷을 깬
것이었지만 록계의 거물인 Bruce Springsteen을 잃을 수 없었던 MTV는 수락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처음 듣게 된 이곡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가 직접 연주하는 일렉트릭 기타 간주가 나올때 쯤에는 그야말로 '멋짐'이라는 것이 터져나오는 듯 해서 뒷목에 소름이 쫘악 돋기도 했었다! 이 공연실황도 물론 [In Concert/ MTV Plugged]라는 타이틀로 들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추천하고자 하는 버전은 바로 얼마전 스트리밍 되기 시작한 그의 [Live Series : Songs on Keys]에 수록된 2005년도 미시간의 어느 공연 장소에서 불려진 피아노 반주로만 되어 있는 버전이다. 흠모하는 여인을 멀리서만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어느 남자의 고독이 담담하지만 절절하게 불려지고 있다. 오리지날 버전의 일렉트릭 기타 간주는 Roy Bittan의 피아노 연주로 대체되어 있는데 이 피아노 연주 역시 뒷목에 소름이 돋게 하는 압권이다! 여기서 Bruce Springsteen이 이끄는 그의 밴드 E Street Band의 터줏대감인 건반주자 Roy Bittan에 대해 얘기를 잠깐 하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우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다소 단순해질 수 있는 스프링스틴의 음악에 매우 세련된 날개를 달아주는 정말 놀라운 뮤지션이다. 한마디로 E Street Band의 심장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2. Keith Jarrett – Answer Me (from Budapest Concert (Live))

Keith Jarrett의 피아노 솔로 콘서트는 즉흥 연주가 공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신도
공연을 시작하기 전 오늘 어떤 음악이 연주될지 자세히는 예측하지 못하는 실로 기이한 공연형태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 중간이나 후반부에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 위주의 접근하기 쉬운 음악을 넣거나 잘 알려진 곡을 편곡하여 마치 내 어려운 음악을 들어주느라 수고했다고 위로해주는 듯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2020년에 발표된 헝가리 부자페스트 공연 실황에는 Nat King Cole의 곡으로 잘 알려진 아름다운 멜로디 [Answer Me]가 앨범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다. 우리가 잘 아는 메인 멜로디 외에 그 멜로디를 받쳐주는 Keith Jarrett의 음악적 감각이 느껴지는 서포팅 멜로디가 너무나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연주된다! 예전같으면 이 곡만은 꼭 듣고 싶지만 Keith Jarrett의 주력 음악들이 부담스러운 캐주얼 리스너들도 CD를 구입하는 방법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 곡만만을 쏙 빼내서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에 넣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3. Mathias Eick – For My Grandmothers (from Ravensburg)

우연히 가족 사진앨범을 발견하고 펼쳐보다 하루종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경험이 다들 있지 않나....?! 거기에 다시는 살아생전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있다면 더더욱...! 노르웨이 재즈 트럼팻 연주자 Mathias Eick도 아마 그런 경험을 한 듯 하다. 그의 2018년도 ECM 레이블 앨범인 [Ravensburg]의 마지막 곡인 이 곡을 처음 듣게 된 순간 이상하게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제목을 알게되며 그 이상한 감정의 의미를 짐작 할 수 있게 되었었다. 이 곡에서 그는 트럼팻 대신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그리움을 표현했다. 흐느끼는 듯한 바이올린 연주와 단아한 피아노에 자신의 가성으로 된 스캣을 얹어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로...! 단 2분 50초 밖에 하지 않는 곡이고 Mathias Eick가 주로 지향하는 소위 "ECM 사운드" 와는 차이가 있는 곡이지만 솔직히 가장 인상에 남는 곡이 되어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없이 "누구"라고 말 할 수 있는 그 "누구"를 잃은 상실감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이 곡을 바친다...!
이 플레이 리스트를 공유하는 글을 기획하며 사실 훨씬 더 많은 곡을 소개할 계획이었지만 각 곡의 소개가 이의로 지면을 많이 차지하며 이번에는 세 곡밖에 소개를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앞으로도 이렇게 플레이 리스트를 공유하는 기회를 종종 가져 볼까 한다. 아마 이런 방식이 독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박기한 음악 칼럼니스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