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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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자격 박탈 판결의 의미

2023-1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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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를 인정, 대선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보수색이 짙은 연방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을 번복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의 헌법 조항을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 실제 적용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골수 지지자들과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신봉하는 극우 극단론자들이 아닌 이상 정상적 상식을 가진 유권자들이라면 자신의 패배로 끝난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기 위해 연방 의사당 난입 폭동을 부추기고 근거 없는 투표 부정을 주장하며 관계 기관들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 했던 트럼프의 행위가 사실상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은 이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헌법 지지를 맹세했던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하게 한 연방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올 자격이 없다고 처음으로 판시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미네소타와 뉴햄프셔, 미시간주 등에서 열렸던 비슷한 소송 재판은 모두 트럼프 측의 승리로 끝났다.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주법이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는 후보의 경선 참여를 금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고, 미시간주 판사는 사법부가 대선 출마 자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억지 주장을 내세워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트럼프의 내란 선동 행위 자체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또 다시 해묵은 반이민 선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식의 망언을 노골적으로 반복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범죄와 질병을 가져왔다고 비난하는 등 분열적인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언동으로 인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와 소수계에 대한 인종증오와 차별이 급증했음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국가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법을 수없이 어기고도 다시 권력을 잡아 ‘독재’를 펼치려는 것을 미국 최고의 사법부가 정의롭게 판단하여 제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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