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 가입,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드네”
2023-12-19 (화) 12:00:00
남상욱 기자
▶ 보험사들 가주 시장 철수에 보험료 오르고 문턱 높아져
▶ 신규 가입·갱신절차 까다로워…가주 운전자 2,700만명 영향

사고 보상금 증가와 함께 인상 지연 결정으로 가주에서 자동차 보험업체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가주 운전자들은 보험 가입과 갱신에 애를 먹고 있다. [로이터]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 됐다”
최근 자동차 보험 가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한인 L씨의 한탄이다. L씨의 자동차 보험 가입 수난은 조금이라도 싼 보험료를 찾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새차를 구입한 L씨는 차 보험료를 아끼려고 웹사이트를 이용해 가이코(Geico)에 보험료 산정을 의뢰했다. 최초 보험료 견적은 6개월 동안 750달러 견적을 온라인으로 받았지만 온라인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에이전트와 전화 통화로 상의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L씨는 “두 번째 통화로 간신히 에이전트와 연결됐지만 그 사이에 보험료는 1,000달러로 올랐다”며 “보험 계약 완료까지 15일나 소요되고 가입 확인서는 우편으로 발송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가이코가 캘리포니아에서 고객서비스센터를 철수시키면서 우편 발송이 유일한 가입 확인서 전달 방식이 됐기 때문이다. 가입 확인서를 받은 L씨는 유틸리티 청구서와 자동차 등록증을 증빙 자료로 제출하라는 요구에 또 한 번 놀랐다. L씨는 “다행히 다른 보험사를 통해 자동차 보험을 들 수 있어서 큰 피해는 없었다”며 “자동차 보험 가입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자동차 보험 가입 수난은 비단 L씨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일부 보험업체는 검토 기간이 10~30일 정도 소요되고 이 기간 동안 보험 혜택을 볼 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보험업체는 1년치 보험료를 선납하는 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에는 자동차 보험료는 올라가는데 견적 지연에 신규 가입이나 갱신 조건을 까다롭게 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평범한 일상이 특별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주택 보험에 이어 가주에서 자동차 보험 가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A 데일리뉴스는 가주 내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신규 가입이나 갱신 절차에 조건을 달거나 처리를 지연하고 있어 가주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보험 가입이 어려워진 것은 가주에서 보험사들이 대거 철수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사고에 따른 차량 수리비와 관련 비용 상승으로 보상 비용은 상승하고 있지만 가주정부의 보험료 인상 결정이 늦어진 것이 이탈의 이유다. 파머스보험의 자회사인 파머스 디렉트 P&C의 경우 지난 9월 영업 허가권을 포기하면서 가주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7만8,000명의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 이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988년에 통과된 주민발의안 103도 가주에서 보험사들의 철수에 일조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률이 7% 이상이면 반드시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가주정부의 인상 결정이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가주보험국이 보험료 인상을 승인한 것은 모두 58건이다. 현재 검토 중인 인상 신천 건은 80건에 달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자동차 보험료은 평균 13.2%나 올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0.6%와 2018년의 평균 6.8%와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가주에서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2,700만명의 운전자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과 함께 보험 가입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