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거비 전년비 5.2% 상승, 세입자 지출 3분의1 이상
▶ 개솔린 등 하락분 상쇄, 물가 잡기 주요 ‘걸림돌’

렌트비는 세입자들에게 월 지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비용이다. 렌트비 상승이 둔화돼야 물가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혁 기자]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전국 주택 임대료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빠르게 내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생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내년에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도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연방 노동부는 12일 1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3.0%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에도 부합했다. 전월 대비로는 0.1% 상승해 보합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로이터 통신은 소비자 물가가 개솔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택 임대료가 오르는 바람에 예상치 않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개솔린 가격은 전월에 5.0% 하락한 데 이어 11월에도 6.0% 떨어졌다. 천연가스 가격이나 전기요금은 올랐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랐다.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5.2% 상승했다.
주거비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이나 된다. 경제학자들은 주거비 상승을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물가를 연준의 목표치까지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세입자들에게 렌트비는 월 지출의 3분의 1 또는 그 이상으로 가장 큰 생활비용이다.
LA 등 남가주 지역의 경우 렌트 비용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USC 조사에 따르면 LA 카운티 평균 렌트비는 2,231달러, 오렌지카운티는 2,631달러에 달한다. 또 남가주 지역 렌트비가 앞으로 2025년까지 지역에 따라 매년 2~8%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LA 카운티는 2025년까지 매년 평균 3.3%, 오렌지카운티는 2025년까지 매년 7.8%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PNC 파이낸셜의 커트 랭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왜 신속히 통화 정책 완화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임차할 때 지불하거나 혹은 임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추정한 간주임대료 역시 10월에 0.4% 상승한 데 이어 11월에도 0.5% 상승했다.
임대 공실률은 지난 3분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굳어지는 양상이다. 서비스 물가는 10월에 0.3% 상승한 후 0.5% 상승했다.
식품 가격은 10월에 0.3% 상승한 데 이어 11월에는 0.2% 상승했다. 11월 물가상승률 3.1%는 2022년 중반 정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 LLC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이 수치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인 추세라면, 아직 2%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지금이 연준의 양적 완화 시작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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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