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실내선수권 2연패 달성하고 올림픽까지 기세 이어가려는 전략
▶ “2024년에는 시즌 초부터 주도권 쥐고 우승 후보로 파리 입성”
우상혁이 16일(한국시간) 대만 훈련을 마치고 입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꽤 오래전부터 2024년 8월 11일(한국시간)을 '인생 최고의 날'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우상혁은 2023년 마지막 국외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도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이 폐회식 하루 전에 열린다"며 "그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게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는 한국시간으로 내년 8월 7일 오후 6시 10분(현지시간 7일 오전 10시 10분)에 예선을 펼치고 8월 11일 오전 3시 5분(현지시간 10일 오후 7시 5분)에 메달의 주인공을 가린다.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2m33)을 통과해 출전권을 확보한 우상혁은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11월 말에 김도균 코치와 함께 대만 가오슝으로 떠나 4주 동안 '실전을 치를 수준'으로 체중도 감량했다.
우상혁은 "10월 전국체전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쉬었다. 체력을 회복했지만, 체중도 늘었다"며 "4주 동안 훈련하면서 몸무게를 68㎏ 정도로 다시 줄였다. 한창 시즌을 치를 때의 몸무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가 준비한 해병대 캠프(18∼20일)를 치른 뒤 우상혁은 국내에서 조금 더 훈련하다가 내년 1월에 국외 훈련을 재개하고 2월부터는 실전을 치른다.
3월 3일에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024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우상혁은 "내년 2월에 실내 대회를 2개 정도 치른 뒤 글래스고 세계실내선수권에 출전할 계획"이라며 "당연히 대회 2연패가 목표다. 파리 올림픽을 위해서도 실내 시즌부터 내가 주도권을 쥐고 나가는 게 좋다. 글래스고에서 정상을 찍고 기세를 파리 올림픽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4위(2m35)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급 점퍼로 부상한 우상혁은 2022년 3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선수권에서 개인 첫 메이저대회 금메달(2m34)을 목에 걸었다.
기세를 이어가 2022년 미국 유진 세계(실외)선수권에서 2m35을 넘어 한국 육상 역사상 세계선수권 최고 성과인 2위에 올랐다.
올해 초 우상혁은 부비동염 탓에 고전했고, 2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에서 2위(2m24)를 한 뒤에는 실내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부비동염 수술을 받은 뒤에 치른 실외 시즌에는 자신의 기량을 회복했고, 9월 17일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해 우승(2m35)을 차지했다.
10월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세계선수권급 대결'을 펼쳤다.
항저우에서 바르심은 2m35로 우승했고, 우상혁은 2m33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우상혁은 "올해 초반에는 부비동염 탓에 고전하고, 8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6위)에서는 부담감에 짓눌렸다. 지나고 보니 좋은 경험이었다"며 "그런 경험들이 자양분이 돼 올해 후반기에는 2m30 이상을 꾸준히 뛰었다. 시즌 초 걱정했던 것보다는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고 돌아봤다.
파리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새해에는 처음부터 '선두'에 서려고 한다.
우상혁은 "시즌 초에 주도권을 쥐면, 경쟁자들이 나를 더 의식한다"며 "지금은 몸 상태가 정말 좋다. 세계실내선수권 등 시즌 초부터 주도권을 잡아서, '우승 후보'로 파리에 도착하고 싶다"고 '파리 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의 전략을 드러냈다.
그는 "높이뛰기 선수들은 최근에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꾸준히 2m30 이상을 뛰는 선수를 보면 긴장한다"며 "파리 올림픽에서 다른 선수들이 나를 보며 긴장할 수 있도록, 2024년에는 꾸준히 높은 기록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우상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2m26·결선 진출 실패), 2021년 도쿄에 이어 개인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선다.
"리우 올림픽은 출전 자체가 목표였고, 도쿄에서는 세계적인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돌아본 우상혁은 "세 번째 올림픽에서는 내가 원하는 기록으로, 성과를 내고 싶다.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다.
이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다가온다. 정말 조금의 후회도 남기지 않아야 할 경기"라고 파리 올림픽을 치르는 자신의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광복 이후 한국 육상이 배출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1992년 바르셀로나 황영조(금메달)와 1996년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 단 두 명뿐이다. 두 개의 메달은 모두 도로 종목인 마라톤에서 나왔다.
트랙&필드에서는 아직 한국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선수가 트랙 또는 필드에서 메달을 거머쥐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 육상 최초의 기록을 여러 개 세운 우상혁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상혁은 "내겐 작은 관심도 무척 귀하다. 응원해주시면 더 힘을 얻어 파리 올림픽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꽤 많은 팬이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금빛 메달을 목에 거는 우상혁의 모습을 상상한다.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한국 육상 팬들의 마음이 더 설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