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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포지션 처음엔 싫었지만…성장에 큰 도움”

2023-11-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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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 글러브 품은 김하성 인터뷰

▶ “한국인·아시아 첫 수상 영광, 내년엔 실버 슬러거도 도전…MLB 서울 개막전 기대 커, 두 경기서 안타 하나씩 쳤으면”

“멀티 포지션 처음엔 싫었지만…성장에 큰 도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샌디에고 파드리스)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수상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아시아 내야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고 파드리스)이 미국 진출 이후 가장 충실했던 한 시즌을 돌아봤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드 글러브를 받아서 영광”이라며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유소년 친구와 프로야구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거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지난 6일 MLB 사무국이 발표한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로지 수비 능력만 보는 골드 글러브를 한국인이 받은 건 김하성이 최초이며, 아시아 내야수로도 첫 수상이다. 김하성은 “수상하고 나니 앞으로도 받으면 좋을 거라는 욕심이 든다”며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는) 실버 슬러거는 최종 후보에만 올랐는데, 내년에는 동시 수상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하성과 일문일답이다.

- 골드 글러브 수상자 생중계 발표 때 감정 어땠는지.

▲ 2022년에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올랐다가 수상 못했다. 골드 글러브 발표할 때 사실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너무 울려서 보니까 수상했다고 하더라. 유튜브로 확인했다. 보고 있었다면 심장이 많이 뛰었을 것 같다. 자고 있기를 잘했다.


- 어느 부문 골드 글러브가 유력하다고 생각했나.

▲ 둘 다 받았으면 좋았을 거다. 개인적으로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하고 싶었다. 2루수 부문도 좋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멀티플레이어의 가치가 높아졌으니 유틸리티 부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올 시즌 앞두고 포지션을 바꾸게 됐다.

▲ 포지션 변경할 때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저는 포지션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저는 포지션보다 출전 시간이 중요하다고 구단에 말했다. 코치진과 주위 선수들이 도와줘서 2루수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것 같다.

- 허슬 플레이의 상징이다. 이제 특수 제작 헬멧이 덜 벗겨져서 아쉽지 않나.

▲ 고민이 많았다. 팬들은 벗겨질 때마다 환호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혹시라도 공이 머리에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특수 제작을) 요청했다. 구단도 여러 가지를 바꿔 주던데 벗겨지더라. 이번에 제작한 건 덜 벗겨지는 거 같다. 안 벗겨지는 게 더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머리가 작은 건 아닌 것 같고 헬멧이 무게가 있다 보니까 조금만 흔들려도 벗겨졌다. 제가 빠르다 보니 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 무키 베츠(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에드먼 등 쟁쟁한 후보를 골드 글러브에서 제쳤다.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그 선수들 자체가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 걱정도 했는데, 제 수비 수치가 좋지 않았나 싶다. 한국이랑 다르게 미국 골드 글러브는 수비만 본다. 수비 지표가 두 선수보다 좋아서 받은 것 같다.

- 한국과 미국의 수비 차이점을 느낀 게 있다면.

▲ 야구의 기본은 어디든 같다. 미국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맨손 캐치나 백핸드를 잡고 러닝스로를 하는 플레이가 나온다. 한국에 있을 때는 기본기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무조건 정면에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미국에 가서 원 핸드 캐치를 자유롭게 썼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에서 응용할 게 많더라. 그라운드도 메이저리그가 좋은 게 사실이다. 그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조금 더 좋아졌던 거 같다.

- 올 시즌 가장 긍정적으로 영향 받은 게 있다면.

▲ 박찬호 선배랑 대화하면서 느낀 게 있다. 평생 운동만 하다 보니 항상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해 끝나고 엄청난 실패를 맛보다 보니 저의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다. 떨어지니까 감당이 어렵더라. 박찬호 선배가 “올라간다기보다는 꾸준히 나아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안될 때는 멈췄다가 다시 나아간다는 말이 많이 도움 됐다. 한 시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 팀 동료인 매니 마차도와 산더르 보하르츠 선수는 멘털이 좋아서 배우고 있다. 멘털적으로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

- 수비 세 개 포지션을 소화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 사실은 엄청 싫었다. 유틸리티를 한다는 게 싫었다. 이게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고, 프로에서도 마찬가지고 ‘유격수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프로에서도 3루수로 나가는 경기가 있었는데 사실 싫었다. 그게 메이저리그 가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싫었던 감정과 시간이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던 것 같다.

- 16년 만에 모교 방문했는데 후배들 보며 느낀 점은.

▲ 제가 뛰었을 때 스승님은 안 계시더라. 좋은 기회가 돼서 갔는데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저는 초등학교 때 9명밖에 없었다. 지금은 인원도 많아졌다. 그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니까 꿈이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하더라. 제가 어릴 때는 메이저리그라는 그런 무대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나 싶은데, 어린 친구들이 메이저리그를 가깝게 느끼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 실버 슬러거 후보에 올랐는데 내년 골드 글러브와 동시에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지.

▲ 받으면 좋겠지만, 타격에 대한 부분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내년 시즌 자신 있게 치를 생각이다. 받기 힘들겠지만, 후보에 올랐으니 노력해 보겠다.

- 내년 MLB 서울 개막전이 예정되어 있다. 동료들 반응은 어떤가.

▲ 한국에서 처음 하는 MLB 개막전에 제가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앞으로도 MLB가 이런 대회를 더했으면 한다. 대회를 할 때 어린 친구들이 많이 야구장에 찾아와서 경기를 보면 또 다른 꿈을 키울 수 있을 거다. 두 경기를 하는데, 안타 하나씩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처음 메이저리그 왔을 때는 이런 상을 받을 거란 생각도 못 했다. 큰 상을 받아서 정말 기쁘다. 받을 수 있었던 건 많은 팬이 새벽에 일어나서 응원해주신 덕이다. 더 열심히 뛰게 한 동력이다. 내년에 더 많은 기쁨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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