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많이 도둑 맞는 차’…현대차의 굴욕

2023-10-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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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도둑 맞는 차’…현대차의 굴욕

도난 최다 차량 상위권에 오른 현대 쏘나타 구형 모델/로이터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차량 브랜드 상위권에 오르는 굴욕을 겪었다. 연방수사국(FBI) 집계에서 현대차의 주력 차종들인 쏘나타와 엘란트라의 지난해 도난 대수가 각각 5위와 6위에 오른 것인데, 판매량을 고려한 도난 비율로 보면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FBI는 범죄통계 발표를 통해 2022년 차량 절도가 전년 대비 10.9% 늘어나 100만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에서 차량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비영리조직인 전미 보험범죄국(NICB)이 발표한 지난해 절도가 빈번했던 차종 순위에서 현대차의 쏘나타와 엘란트라가 각각 2만1,707대와 1만9,602대가 도난당해 5위와 6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처럼 현대차가 절도범들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는 까닭은 지난해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대차 특정 차종을 쉽게 훔치는 방법을 공유하는 영상이 유행하면서 해당 모델의 절도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NICB 설명이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해준다. 절도범들은 이 기능이 없는 2021년 11월 이전 현대차 차종을 골라 훔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등 한국차 차량 대상 절도 범죄는 올해 들어서 더욱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싱크탱크인 형사사법위원회(CCJ)는 올해 상반기 미국 37개 도시의 차량 절도 범죄를 측정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3.5% 늘었으며, 증가분 대다수는 현대차 등 한국차 모델에 대한 절도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CJ는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에서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가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으나, 유독 차량 절도만 급증했는데 범죄 증가의 대부분은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차 모델에 대한 절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의 개릿 파튼 경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니애폴리스에서 올해 들어 차량 절도가 68% 급증했지만, 현대차 등 한국차를 제외한 나머지 메이커들의 차량 절도는 작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월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 830만대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불러 왔다.

미네소타주는 지난 3월 현대차 등에 도난 방지 기술이 결여된 차량을 판매해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하고 공적 불법방해(public nuisance)를 저질렀는지 따지는 조사에 착수했다. 위스콘신주 등 22개주와 워싱턴 DC 등 23곳의 법무장관은 같은 달 현대차와 기아에 차량 도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일부 도시들도 이들 회사를 상대로 차량 도난 장치 미비와 관련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시정부는 지난 3월 현대차 등을 상대로 업계 표준인 차량 도난 방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묻는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미국에서 비슷한 내용의 연방 소송을 제기한 6번째 도시다. 앞서 클리블랜드, 밀워키, 샌디에이고, 콜럼버스, 시애틀이 현대차·기아 두 회사의 차량 도난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냈다. 세인트루이스 시는 현대차 등 한국 차량 절도가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세인트루이스에서 현대차나 기아의 차량이 도난당했다는 신고는 같은 기간 시내 전체 도난 차량 신고의 61%인 4,500여건 접수됐다. 이에 따라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도시의 도난 차량 건수가 전보다 128% 증가했다고 시는 전했다.

당시 티샤우라 존스 세인트루이스시장은 “현대차 같은 한국의 대기업이 우리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시민들이 이런 태만의 대가를 감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도시의 로버트 트레이시 경찰서장도 “현대차 차량을 대상으로 한 절도 급증은 다른 법 집행에 전념해야 할 자원을 절도범을 잡는 데 쏟게 하는 등 경찰 업무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현대자동차그룹은 집단소송을 제기한 차량 소유자들에게 현금 보상과 도난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포함된 총 2억 달러 규모의 소비자 보상안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 센트럴 연방법원은 합의안 일부 요소에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한 승인을 거부한 바 있다.

2016년도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몰고 있다는 폴 성씨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했지만 차량 절도범들의 표적이 된데다가 최근 연이은 품질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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