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영화엔 “규제 많아 어려워” 우려 목소리도
▶ “두 번째 인생 60년은 마라톤으로”…건강도 과시
(부산=연합뉴스)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5
"한국 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유일 겁니다. 소재가 넓고, 창작의 자유도 많은 점을 높이 사요. 가끔은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홍콩의 톱스타 저우룬파(주윤발·67)는 5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국 영화를 높이 평가했다.
저우룬파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이다. 그는 전날 영화제 개막식에서 호스트인 배우 송강호로부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의 자유를 높이 산 저우룬파는 홍콩 영화에 대해선 "지금은 규제가 많아 제작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홍콩의 영혼을 담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영화의 황금기가 지나가고 한국 영화가 떠오른 데 대해서도 "한 지역이 정체돼 있을 때 다른 지역이 일어나 더 멀리까지 나아가는 건 좋은 일"이라며 "한국 영화의 부상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저우룬파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89년 출시된 탄산음료 '밀키스' 광고에 출연했던 그는 한국 TV 광고에 처음으로 출연한 외국 연예인이기도 하다.
그는 "부산이 너무 아름다워 이틀 연속으로 아침 달리기를 했다"며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줘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는 그는 "좀 있다가 낙지를 먹으러 갈 것"이라며 웃었다.
또 "(과거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번데기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어 밤마다 사 먹으러 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올해 67세인 저우룬파는 "영화가 없으면 저우룬파도 없다"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홍콩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나 열 살에 도시로 나갔고, 열여덟에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공부를 많이 못 했기 때문에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또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법"이라며 "얼굴에 주름이 생겨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감독이 찾아와 노인 역할을 하라고 하면 기꺼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에 살라'는 말을 좋아한다. 모든 순간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미담의 주인공이 됐던 그는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져와 세상을 떠날 때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상관없다"며 "하루에 밥 두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곳에서 저는 배우고 여러분은 기자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다 똑같다. 저를 슈퍼스타로 보고 '아우라'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며 겸양을 보이기도 했다.
저우룬파는 '지난 7월 와병설이 돌았는데 건강 상태는 좋은가'라는 질문엔 "아프다는 게 아니라 죽었다는 가짜뉴스가 돌더라"며 웃었다. 이어 "(가짜뉴스는)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짜뉴스를 불식하기라도 하듯 하프마라톤을 뛸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내일 오전에도 부산에서 10㎞를 뛰어보려고 한다. 뛰다가 죽을지도 모르지만, 죽는다면 가짜뉴스도 안 나오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육십갑자를 기준으로 한 바퀴 돌고 7년이 지나 일곱 살이나 마찬가지라는 그는 "지금은 영화인이라기보다는 마라토너다. 두 번째 인생 60년은 마라톤을 할 것"이라며 마라톤에 대한 애정도 과시했다.
스스로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작품 3개를 꼽아달라는 요청엔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을 제시했다.
저우룬파는 이날 많이 웃었고, 잦은 농담으로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과거 맡았던 배역 가운데 가장 본인과 닮은 건 무엇이냐는 질문엔 "제 매니저는 아내인데 제 배역에도 관심을 갖지만, (수입으로) 얼마나 버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며 동문서답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즉석에서 기자들이 배경에 나오도록 셀카를 찍고 무선 파일 공유 기능인 '에어드롭'으로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저우룬파는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고 홍콩 누아르를 세계적인 장르로 만든 주역으로, 액션뿐 아니라 멜로, 코미디,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를 펼쳤다. 그의 출연작은 1976년 데뷔 이후 100여편에 달한다. 신의와 덕망의 이미지를 가진 그는 '큰형'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이번 영화제에선 그의 연기를 조명하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 '주윤발의 영웅본색'도 마련됐다. 홍콩 누아르의 원조로 꼽히는 대표작 '영웅본색'과 '와호장룡', 신작 '원 모어 찬스'를 상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