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권교체 대신 고쳐쓰기’…미국의 새로운 불량국가 대책될까

2026-01-12 (월) 0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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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아프간 정권교체 이후 혼란의 역사적 교훈

▶ 독재정권 대처 모델…”안정 위해 악당과 공존” 논란도

‘정권교체 대신 고쳐쓰기’…미국의 새로운 불량국가 대책될까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된 델시 로드리게스[로이터]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불량국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무력으로 기존 권력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정권교체 전략에서 벗어나 지도자만 제거한 뒤 기존 체제를 관리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뒤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에게 권력이 승계되는 것을 허용했다.


지난 27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한 권위주의 정부를 제거할 때 수반되는 불안정성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교체하려고 했다면 최소 10만 명의 병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상 침공과 장기 주둔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마두로 대통령 등 정권 핵심과 연계된 군부 및 마약 밀매 조직의 저항 가능성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머스트대의 정치학자 하비에르 코랄레스는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의 변화를 바라지만, 해병대 파견은 원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베네수엘라의 안정을 위해 '악당'인 정권에 외주를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해방이 아닌, 베네수엘라의 관리가 목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베네수엘라 정권을 완전히 교체하지 않더라도 석유 산업의 개방과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단속 강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차단 정도의 성과만 거둬도 만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주의로의 전환 대신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이 같은 접근방식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일각에선 베네수엘라 방식이 이란이나 쿠바 같은 다른 권위주의 정권을 다루는 데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과거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더 큰 혼란이 뒤따랐다.

이라크는 장기간의 내전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정한 국가로 남았고,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탈레반의 통치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미군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4조 달러(약 5천874조 원) 이상의 세금을 소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이 같은 군사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은 민주화나 경제 회복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희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두로 대통령이 사라졌지만, 친정권 무장 민병대가 거리에서 시민을 검문하는 등 부패한 정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스스로의 힘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존 루이스 개디스 예일대 교수는 "선택지는 두 가지"라며 "자신의 힘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 악당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거나, 세상을 천사로 채우려다가 자신의 힘과 자산을 소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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