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2023-08-07 (월)
박옥춘 미 교육과학원 전 책임연구원
2019년 2월 연방항소법원 판사 지명자에 대한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를 방청할 기회가 있었다.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하버드대학의 차별적인 입학정책 소송과, 낙태와 관련하여 가족계획소에 대한 연방지원금 지급 중단으로 피소된 캔사스주의 변호를 맡았던 지명자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은 날카롭고 비판적이었다. 베테랑 법조인들인 그들은 어퍼머티브액션 대입정책의 폐지와 여성의 낙태권 제한을 옹호한 보수 성향의 후보자가 판사로 임명되면 공정하고 비편파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지명자의 대답은 간결하고 분명했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이 아니라 고객의 이익과 주장을 대변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변호사가 맡았던 케이스로 그 변호사의 의견이나 이념의 전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판사도 자신의 이념이나 의견이 아니라 오직 헌법에 따라 판결을 하는 직업이다. 어느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어느 당의 지지로 인준을 받아 판사가 되었느냐는 판사의 판결과 무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판사들의 이념적인 성향이 법의 해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자신의 이념이나 의견과 다르다고 판사들을 공격하고 사법부의 개편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판사들은 변호사협회의 평가, FBI의 배경조사, 상원 법사위의 조사와 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법관으로서의 자격과 성품의 진실성이 철저히 검증된 사람들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결과에 불복하여 트럼프 측이 제소한 케이스 중 8건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들이 맡게 되었다. 그러나 8건 모두 트럼프 측의 소송을 기각함으로써 트럼프의 패배를 확인시켜주었다. 또 18개주 검찰총장들이 4개 주의 선거결과를 뒤집기 위해 공동으로 대법원에 제출한 케이스도 트럼프가 지명한 3명의 대법관을 비롯하여 보수성향 판사들 전원의 반대로 대법원에서의 심의가 거부되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앨라배마와 루이지애나 주에서 흑인 투표자가 다수가 되도록 재조정한 선거구가 합헌임을 인정하고 민주당과 진보계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어퍼머티브 액션 대입정책과 학자금 론 탕감 케이스의 판결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진보계는 대법원을 MAGA 코트라고 정치적 공격을 퍼부었다. 2022년 대법원이 낙태권에 관한 결정이 주의 권한에 속한다고 판결했을 때는 보수성향의 대법관들이 신변의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받기까지 했다.
최근 비슷한 주장이 한국신문에도 실렸다. 보수성향의 대법관들을 극우라고 공격하면서 최근의 대법원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공격한 오피니언 칼럼을 보았다. 또 대법관 임기를 제한하든가 대법관 수를 늘려야 된다는 글도 보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직후 대법원 개혁위원회를 구성했었다. 진보성향의 헌법학자들로 구성된 개혁위원회는 대법관 임기제한과 대법관 증원에 대한 장단점만을 기술하고 아무런 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대법원 개편이 간단한 주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법부의 독립과 권한의 약화는 민주주주의 기본 틀인 균형과 체크의 기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과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은 중단되어야 한다. 법관들에 대한 꼬투리잡기 식 비난과 공격으로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에 상처를 내려는 정치적인 의도와 언론들의 편파적인 보도도 중단되어야 한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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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미 교육과학원 전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