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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신 진월 스님 /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2023-08-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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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소식

고성통신   진월 스님 /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근래 지구촌 측정기록상 가장 더운 달로 알려진 지난 7월을 겪고, 이제 시원한 가을을 맞는 8월입니다. 입추(8/8)가 지나면 조석으로 선선해지며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 줄 압니다. 오는 일요일(8/6)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총영사관 주최로 한미동맹70주년을 기념 축하하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소프라노의 공연이 그 유명한 헙스트씨에터에서 예정되어 있어 격조 높은 한류가 펼쳐지리라 기대됩니다. 다가오는 광복절에 즈음하여서는, 한반도 분단의 쓰라린 부조리를 타파하고 민주 평화적 통일로 온 겨레가 상생 공영하기를 다짐하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줄 압니다. 이달 말(8/30)에는 불교인들이 기려온 우란분절(백중)이 있으며, 여름안거 정진을 회향하고 선망 부모님을 포함하여 작고한 조상님들 및 한스런 영혼들을 천도하는 기회를 가질 줄 압니다. 이제 가을을 앞두고 학생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며 직장인들은 일터를 가다듬는 등, 더위로 느슨해진 각자의 일상을 추스르고 누구나 모두 나름대로 알차게 성숙의 보람을 키워 나가리라 짐작합니다.

이달 중순(8/14-18)에는 지구촌 종교인들의 최대 이벤트로 알려진 세계종교의회(Parliament of World Religions)가 시카고에서 열립니다. 대화재 회복후 1893년에 세계박람회와 함께 그곳에서 시작되었던 이 모임은, 그 100주년을 맞아 1993년 다시 개최된 이후, 남아공 케이프타운(1899), 스페인 바르셀로나(2004), 오스트랠리아 멜보른(2009), 북미 솔트래익시티(2015), 토론토(2018)에 이어, 올해까지 거의 5년마다 연이어 개최되어 왔습니다. 매회 평균 80여개 국가에서 약 200여개 종교의 지도자와 학자 및 수행자와 활동가들이 대략 8,000여 명씩 참여해 온 줄 압니다. 이번 행사는 130주년을 맞아, 세 번째로 시카고에서 열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역사 깊고 규모가 큰 종교인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케이프타운부터 토론토까지 매회 모두 참석해왔던 산승은, 이번에도 참가하면서, 그 개최목적 성취를 축원하며 기대해 봅니다.

이번 세계종교의회의 주제는 “양심에 요구: 자유와 인권 수호 (A Call to Conscience: Defending Freedom & Human Right)"입니다. 참가자와 방문자들은 전체회의와 수백개의 분임토의 및 각종 발표와 예술 공연 등 다양한 강연과 전시 등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전통의 수천여명 지도자와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동참하리라고 보도되어, 지구촌의 종교상황을 공감하며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줄 압니다. 산승은 케이프타운과 멜버른 및 토론토 모임에서 한국 불교 수행전통을 소개하고 인성회복 방법을 지도하는 독자적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었는데, 이번에는 국제적 팀의 일원으로 참가하면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의식과 발표 행사에 함께할 예정입니다. 이른바 ‘지구 윤리(Global Ethics)' 등 인류와 자연의 보편적 가치 및 공동과제 해결에 종교인의 통찰과 지혜를 모으며 책임을 일깨워 온 이 의회에, 130년전 첫 행사를 기점으로 불교가 미국 주류사회의 언론계에 주목과 관심을 크게 일으켰음을 되새기며, 이번 대회의 성공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세계적 종교간/신행간 (Interreligious/ interfaith) 단체들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근래 주목되는 하나로서, 예루살렘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엘라이자-인터페이스-인스티튜트(EII)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세계종교지도자-이사진(EBWRL)을 조직하여 종교 및 세계적 사회문제에 종교간 협력을 모색하고 공동 대처함을 시도해오고 있지요. 산승도 2000년대 초기부터 거기에 초대되어 참여하면서 대승불교계의 몫을 담당해 왔습니다. 작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기후당사국회의(COP27)에 맞추어 EII에서는 런던에 여러 종교지도자들을 초치해 기후변화 위기상황에 대하여 인간들의 무책임에 종교적 참회의식(Climate Repentance)을 갖고 바람직한 행동 실천약속(Covenant)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산승도 거기에 초청되어 참여하였지요. 이번 의회 주최측에서는 그 기후활동에 주목하고 공유하려 하는데, 산승도 그 팀의 일원으로서 참가하면서, 지구촌 기후와 환경 위기 각성 및 대처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성원과 협조를 빕니다. 두루 알차고 멋진 가을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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