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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달굴 한국 영화 4편, 손익분기점 누가 넘길까

2023-07-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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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수’ 시작으로 ‘비공식작전’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잇단 개봉

▶ 제작비 175억∼280억원 투입…400만∼640만명 넘어야 ‘남는 장사’
▶ 장르·배경 등 각기 개성도 뚜렷…폭염 특수·높은 티켓값 등 변수

여름 극장가 달굴 한국 영화 4편, 손익분기점 누가 넘길까

영화 ‘밀수’ [NEW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여름 극장가가 한국 영화 대전으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영화 '밀수'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열고 관객몰이에 나선 데 이어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이 차례로 개봉 채비를 하고 있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4대 배급사와 극장들은 여름 휴가철과 폭염 특수를 기대하며 손익분기점 돌파를 위해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부분 편당 제작비가 200억원을 훌쩍 넘는 대작들인 데다 1∼2주 간격으로 개봉하는 점을 고려하면 4편 모두 '남는 장사'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여름에도 치열한 경쟁 끝에 두 편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대작 4편 중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배급사 NEW)다.

이 영화는 제작비 175억원이 투입됐다. 극장 관객 수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은 대략 400만명으로 알려졌다.

'밀수'는 지난 26일 개봉과 함께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흥행을 예고했다. 이번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대 바닷가 마을 해녀들의 밀수 범죄를 소재로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가 주연한 이 영화는 유머와 긴장감을 채운 탄탄한 이야기에 시원한 느낌의 수중 액션이 강점이다.

류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수중 액션에 대해 '전무후무'라는 표현까지 쓰며 자신감을 보였다.

스크린에 넓게 펼쳐지는 바다의 풍광도 더위에 지친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만한 요소다. 1970년대 어촌의 모습과 옛 감성을 물씬 풍기는 음악은 향수를 자극한다.


김혜수와 염정아를 '투 톱'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영화는 대작 4편 중 유일하게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밀수'가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른 대작들이 속속 개봉하면서 얼마든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밀수'가 한국 어촌과 바다의 풍광을 펼쳐낸다면,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김성훈 감독의 신작 '비공식작전'(쇼박스)은 이국적인 풍광으로 가득하다.

1980년대 실제 사건을 토대로 중동 지역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외교관 구출 작전을 그린 이 영화는 모로코와 이탈리아 등 외국 현지 촬영분이 70%에 달한다.

제작비도 2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배급사 측은 일부 정산 등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제작비를 수치로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익분기점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최소한 600만명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와 주지훈 주연의 버디 액션 영화인 '비공식작전'은 빠르고 강도 높은 액션이 강점이다. 특히 자동차 추격 장면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영화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남자 주인공들의 '브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도 여자 주인공들의 '워맨스'가 돋보이는 '밀수'와 대비된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궁합을 과시한 하정우와 주지훈은 이 영화에서도 '티키타카'로 웃음을 자아내고, 모험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준다.

'비공식작전'과 같은 날 개봉하는 김용화 감독의 '더 문'(CJ ENM)은 관객을 우주로 데려간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영화인 '더 문'은 제작비가 280억원에 달한다. 시각특수효과(VFX)에만 61억원이 투입됐다. 손익분기점도 그만큼 높아 64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주연의 이 영화는 달 착륙에 성공한 한국의 우주인이 재난을 당하고 고립돼 나로우주센터에서 필사적인 구조작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우주 스펙터클의 사실성이 할리우드 영화에 못지않아 한국 SF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지난 25일 시사회에서 '더 문'의 완성도가 할리우드 영화에 뒤지지 않는다며 "이 정도 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장대한 우주 스펙터클을 아이맥스(IMAX) 등 특수 상영관에서 즐기려는 관객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립된 우주인 역을 맡은 도경수의 열연도 주목받고 있다.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인 도경수는 광활한 우주에 홀로 남겨진 사람의 고립감과 두려움, 이를 극복하는 용기 등을 인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작 4편 중 마지막으로 출격하는 영화는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엄태화 감독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롯데엔터테인먼트)다.

대규모 재난을 그린 이 영화에는 2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손익분기점은 대략 40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서울이 폐허가 되고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에 생존자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했다.

나머지 세 영화에 비해 감독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 영화는 '믿고 보는 배우', '연기 신'으로 불리는 배우 이병헌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병헌은 지난달 21일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가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재난이 벌어진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고, 소통하고, 이겨내려고 하는지를 담은 휴먼 블랙 코미디"라고 말해 이번엔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빚어내는 이야기와 대규모 재난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컴퓨터그래픽(CG)도 강점이라고 제작진은 자부한다.

4편의 대작은 어느 때보다 까다로운 관객들의 선택 앞에 서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극장 티켓 가격도 올라 관객들은 극장에서 볼 영화를 선택하는 데 더욱 깐깐해진 상황이다.

대작들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극장가의 쏠림 현상까지 고려하면 올해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는 영화가 나오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이번 여름의 기록적인 더위를 고려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을 수 있어 보이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가 뚜렷이 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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