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말과 글, 언어의 향기

2023-07-10 (월) 전태원/자유기고가
크게 작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즉 말하기와 쓰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쓰고 있고 실제 달리 표현하게 마련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교양있고 품위 있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고, 격조있고 교양에 찬 글을 구사할 수도 있는 데 역시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음으로 자라온 가정과 사회의 풍토, 그리고 개개인이 받은 교육 수준과 사상, 신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사실이다.

낮은 목소리로 소분소분 우아하게 말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 딱히 내가 독심술의 대가가 아니더라도 이 사람이 지금 얼마나 진실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걸 대충 알 수도 있다고 하면 너무 오만한 표현일까 염려가 되지만, 사실 말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식견과 경륜 그리고 인격에 따라 말과 글에 향기가 풍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을 하기만 하면 추태를 보이는 이들을 우리는 현실에서 보게 된다.

글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사람의 맑고 아름다운 마음과 삶의 자세를 갖고 사는 이의 생활철학이 베어 있는 글은 우선 처음부터 말미까지 마치 싱싱한 향과(香果)를 음미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고 품위있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선 그런 향기를 낼수 있는 삶을 사는 일 부터 선행되야 되지 않을까 싶다.


중국 격언에, “장미 꽃을 전하는 손 길에는 늘 장미 향 (香)이 넘친다.”라는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다. 말과 글도 마찬가지여서 좋은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분들을 보면 그런 분들의 인품에서 전해지는 향기야 말로 늘 우리 주위를 맑고 청량하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이 온통 밝아지고 행복해지는 기쁨을 누리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 경박한 자의 입에서는 악취만 풍기고 머리가 텅 빈 수레에서는 잡음만 요란할 뿐,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나라 장래가 암담해지고 이런 부류들이 설치는 곳에서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분열과 분쟁만 있게 마련이다.

어느 시인이, “말은 칼에 비유하지 않고 화살에 비유합니다. 한번 나가면 어딘가에 박혀 다시는 돌아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가슴에 치유가 안되는 상처를 주고 마음을 다칩니다. 좋고 풍성한 고운 말로 사랑의 새 경전을 쓰십시오” 라고 했는 데, 추가해 이르기를, 어느 노부인이 자신의 임종을 지켜 주시기 위해 오신 신부님의 다리가 아프실까 걱정이 되어 “의 ~ 자~”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고 전한다.

이렇듯이, 말이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덕담이 될 수도 있고 악담도 되는 데 실언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평소 자기 수련이 전혀 안돼 있는 게 문제인 것이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거짓말을 떡 먹듯이 하고 남을 비방하는 소리를 거침없이 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품위를 찾고 고고한 척 하는 역겨운 모습을 보이는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흔히, 글 재주가 있다는 사람들이 필력이 있어 글은 잘 쓰는 듯 하지만 사상이 불온 하거나 인격상의 흠이 있는 분들은 글에 가시와 감정이 드러나는 과(過)를 범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폐해를 끼친다는 거다.

차제에, 우리 모두 명랑하고 밝은 한인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고운 말과 좋은 글 쓰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삶을 펼치는 데 앞장서야 되지 않을까 한다.

<전태원/자유기고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