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국 대형마트의 소금 매대가 텅 비었다고 한다. 소금 사재기에 불법 유통까지 급기야 제주에서 화물차를 이용해 소금 700포대를 훔쳐 팔던 도둑도 생겨났다. 미주지역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벌써 LA한인타운 한국마켓에서는 천일염 판매가 2~3배 급증하면서 소금 진열대가 텅 비고 구매개수 제한 알림판이 붙었다. 뉴욕에서도 한인밀집 지역 마켓에서는 소금 판매량이 다소 늘어났지만 외곽지역 한국마켓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소금이 갑자기 화제가 된 것은 곧 닥칠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안 방류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소금의 종류는 다양하다. 배추 절일 때와 젓갈, 장류를 만들 때 사용되는 굵은 소금 천일염이 있다. 염전에서 바닷물을 햇빛과 바람에 말려 만드는 소금으로 한국 신안의 천일염은 미네랄 함유량이 세계 최고이다.
꽃소금은 천일염과 수입염을 물에 녹여 불순물을 없애고 다시 가열해 결정시킨 소금으로 반찬, 국에 넣는다. 맛소금은 정제염에 MSG(글루탐산나트륨)를 첨가해 만든 것이다. 고온에 볶거나 구운 소금, 대나무 통속에 천일염을 넣고 소나무 장작불에 아홉 번 구워낸 죽염, 암염(히말라야 핑크솔트)도 있다.
뉴욕에서도 김치를 담궈 먹는 한인가정이 많다 보니 천일염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소금의 존재는 미미하게 보이나 실은 귀한 존재이다. 과거에도 소금은 무척 귀했다. 조선은 소금 염전 시설이 부족하였고 국가가 소금을 관리하여 한때 소금 한 말이 쌀 한 말과 대등할 정도로 귀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생선을 절일 때 소금이 필수였고 새우젓, 조기젓, 꼴뚜기젓, 조개젓, 황석어젓, 오징어젓, 어리굴젓 등등 소금이 있어야만 젓갈을 만들 수 있다. 소주를 마시면서 안주가 없으면 소금을 찍어 먹기도 했다.
‘소금은 염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이 있다. 바닷물이 보석 같은 소금으로 몸이 바뀌려면 종일 염전에서 일하는 염부의 육체적 노동이 따른다. 증발지를 대파로 평평하게 계속 펴야 한다.
염전은 보통 네 단계 구조로 되어있다. 첫 단계는 바닷물을 끌어들여 불순물을 가라앉히는 저수조이고 둘째 단계는 제1증발지인 난치, 셋째 단계는 제2증발지인 느티, 그리고 소금을 거두게 되는 마지막 결정지가 최종단계였다. (박범신 소설 ‘소금’ 인용)
저수조의 소금물이 제1증발지에서 땡볕에 제 몸을 말리면 염도가 보통 3도에서 8도로 높아진다. 제2증발지에서는 염도가 19도까지 올라가며 마지막 결정지에 들어와 25도 이상 염도가 높아지면 비로소 맑고 정결한 소금물이 된다.
그런데, 순수한 천일염이라는 포장을 완전히 믿지 말자. 10년 전 한국 방문시 태안반도의 염전을 지나간 적이 있다. 염부가 대파로 바닷물이 흥건한 증발지를 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았는데 소금 결정체가 여기저기 한 무더기씩 쌓여있었다. 궁금하여 차를 세우고 물어본 결과, 그 소금은 중국산이었다. 바닷물에서 얻어지는 소금과 반반씩 섞어서 천일염을 만든다는 것이다. ㅎㅎ.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소금만 오염되는가, 미역, 김, 다시마, 해삼, 전복, 조개 등 모든 수산물이 해당된다. “오염수 방류 전에 사시미나 생선을 먹어두자”, “생선을 소금에 절여 냉동보관하자” 등등 불안심리로 인한 이상소비 행태는 정상이 아니다. 이 모든 것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자체도 피곤하다.
무엇보다 “100% 걸러지니 오염수 방류는 무해성이다. 안전하다”, “일본원전 오염수 방류, 당장 멈춰야 한다, 위험하다” 는 두 갈래 주장 중 어느 것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여러 가지의 원전 처리법 중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일본의 이기적인 해결책이라는 것만 안다.
7월초에 발표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인류의 미래에 죄짓지 않는 판단이기를 바랄 뿐이다. 과연,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에 방류되어도 건강에 안전할까? 그 진실이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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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