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카운티 주민 10명 1명 의료비 부채 어려움 직면”
▶ 평균 4,000달러 훌쩍 넘어…채권추심업체로 넘겨지기도

고물가에 과도한 의료비로 LA카운티 주민 11%가 평균 4,000달러에 달하는 의료비 부채를 떠안고 있어 가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로이터]
LA 다운타운에 살고 있는 안드레아 산티바네즈씨는 3년 전인 2020년 임신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의료보험으로 메디캘(Medi-Cal)을 갖고 있는 산티바네즈씨는 산부인과를 방문한 뒤 5,000달러의 병원 진료비 청구서를 받았다. 메디캘 갱신을 제때 하지 못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산티바네즈씨는 “LA 카운티 당국과 함께 엄청난 병원 진료비 부채를 해결하는 데 5개월이나 걸렸다”며 “메디캘 갱신 시 문제가 발생하면 의료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LA 주민 10명 중 1명 꼴로 의료비 부채에 시달리면서 가계를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도하게 높은 의료비는 가계 부채 증가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A 주민들의 일상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7일 LA 타임스(LAT)는 LA 카운티 공공보건국의 자료를 인용해 2021년 기준으로 LA 카운티의 성인 주민 중 11.3%가 평균 4,000달러의 의료비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를 전체 수치로 환산하면 LA 카운티에 거주하는 81만명의 성인이 모두 26억달러 규모의 의료비를 빚으로 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의료비 부채는 비단 이들 81만명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 주민 중 33%가 평균 1,000달러 이하의 소액이지만 의료비를 갚지 못하고 있다.
의료비 부채를 갚기 위해 LA 카운티 주민 중 55%가 신용카드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고 46%의 성인 주민들은 의료비를 부채를 갚기 위해 기본 생존 필수품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비 부채는 LA 카운티 주민을 포함해 전체 미국인들의 문제다. 부채를 갚지 못해 채권추심업체의 빚 상환 독촉에 시달리게 되는 주요 부채가 바로 의료비 부채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용카드 부채와 공과금 부채, 자동차 대출 부채를 갚지 못해 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가는 수치를 전체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LA 카운티 주민들이 의료비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과도하게 높은 의료비 때문이다. 의료비가 과도하게 높다 보니 의료보험을 갖고 있더라도 의료비 폭탄을 맞고 부채를 안게 되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응급실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LA 카운티 주민은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은 주민에 비해 의료비 빚을 지게 될 확률이 2배나 높았다. 하룻밤을 병실에 입원하면 의료비 부채를 안게 될 확률은 2.5배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비 부채를 떠안고 있는 LA 카운티 주민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비 부채로 어려움 겪고 있는 LA카운티 주민들은 일반 주민에 비해 2.5배나 더 높은 불안정한 식품 수급 상황에 놓여 있고, 필요한 병원 진료와 치료를 하지 못할 확률이 3배나 더 높았다. 처방 받은 약품 구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확률도 3.5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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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