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 분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겨울 끝자락에서 시작하더니 봄을 훌쩍 뛰어넘어 여름 언저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후의 보루로 남겨졌던 역대회장단협의회마저 양분되어 그 끝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선을 한다고 할 때부터 그 싹수가 보여 일찍이 동포사회의 분열을 우려했었다.
소위 해외에서 동포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되고 활동하는 자치봉사단체들은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정치집단이나 이익추구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분쟁으로 비춰지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하고, 자칫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보이면 선제적으로 피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비영리단체의 회장선출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 중에서 합리적인 절차를 통한 추대가 바람직하며, 경선은 피할 수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서 회칙에 근거하여 적법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이번 38대 뉴욕한인회 회장선출 과정의 문제는 알고 보면 단순명료하다. 현행 뉴욕한인회 회칙은 2017년 3월에 개정되어 35, 36, 37대 회장의 연임과 선출을 무리없이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25일 뉴욕한인회 이사회가 회장출마 자격요건인 53조 6항의 ‘뉴욕한인회의 임원, 집행부, 유급직원 또는 이사회 이사 등으로 2년이상 활동한 자’에서 “등”을 뺌으로써 출마 제한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를 두고 영문회칙이 우선하며 한글회칙의 단순 자구수정은 총회의결 사항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한들, 그 시점이 38대 회장선출을 앞두고 일어났기 때문에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 후 양 후보측 뿐만 아니라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각계각층의 소신발언이 이어졌다. 그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 경청할 만한 다양한 의견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현 37대 뉴욕한인회 집행부와 이사회 및 선관위가 38대 회장선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여한 분들은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기가 종료되었음에도 결자해지를 내세우며 매듭을 짓겠다고 나서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분란을 부채질할 뿐이며, 실제로 그 여파가 역대회장단협의회에도 미쳤다고 보여진다.
뉴욕한인회 회칙 61조는 차기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회장선거에 관한 모든 절차와 결정은 역대회장단협의회에 위임된다고 명백히 못박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한 key는 역대회장단협의회가 쥐고 있다.
그런데 이 협의회가 ‘정상화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로 쪼개어져 회장선출이 중요하다는 명분을 세우며 제각기 회칙 개정안도 상정하고 서로의 일정대로 치킨게임하듯 폭주하고 있다.
역대회장단협의회 회장님들은 이러시면 안된다. 각기 다른 위원회가 두 명의 회장을 옹립하는 것은 대의(大義)가 될 수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이 보이지 않다면 소이(小利)가 가득하여 마음의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갈라진 역대회장단협의회의 회장님들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일단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이다. 치열한 난상토론을 벌여서라도 해법을 찾는 것은 사실 그 다음의 문제다. 리쌍의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의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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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