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기 등 영화인 참석…박보균 장관 “강수연은 정직한 승부사”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스무 살 때 너무 또렷하게 기억하는 모습이, 사극 영화를 촬영하는데 분장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죠.)"
대한민국이 낳은 첫 '월드 스타' 배우인 고(故) 강수연의 1주기를 맞아 동료 배우 박중훈은 강수연을 이렇게 회고했다.
강수연 1주기인 7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는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이라는 제목의 추모전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영화인 등은 약 300명 규모의 상영관을 가득 메웠다.
박중훈은 강수연에 대해 "제가 직접 본 사람 중에선 외양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화려했고, 그런 사람인데도 실제 생활에선 굉장히 검소했다"며 "그런가 하면 어려운 곳엔 아주 선뜻 큰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었다"고 추억했다.
박중훈과 함께 무대에 오른 안성기는 "우리 수연 씨가 이 자리엔 없지만, 어디서든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분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암 투병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던 안성기는 다소 잠긴 목소리로 "제가 병이 다 나았다고 하는데 목소리 빼곤 거의 다 나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모전 개막식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참석했다.
박 장관은 "제가 기억하는 강수연은 대본에 충실하고, 정직하고, 머뭇거리지 않는 연기자였다. 저는 그것을 '정직한 승부사'로 기억한다"며 "그것은 강수연의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겸 감독 유지태는 과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자신에게 강수연이 "배우 출신 감독을 난 지지한다, 열심히 해봐라"라고 격려해줬다며 "그 당시 저한테 정말 큰 힘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개막식은 강수연 주연의 영화 '그대 안의 블루'(1992년)의 동명 주제곡을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노래는 당시 영화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강수연의 동료이자 후배 영화인들이 그의 1주기를 맞아 소회를 밝힌 영상도 상영됐다.
이 영상에서 문소리는 "(강수연의) 똑 떨어지는 말투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매끈하게 깎아놓은 듯 똑 떨어지는 서울말, 처음엔 깍쟁이 같은데 '말맛'이 있다"고 추억했다.
문소리는 "언니는 굉장히 큰 책임감을 갖고 (일에) 임했던 것 같다"며 "힘들었을 텐데,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 테고, 그런데 절대로 약한 소리를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정현은 강수연이 자신을 보면 "이리 와, 이쁜아"라고 했다며 "굉장히 크고 따뜻한 선배님이셨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선배님께서 영화 발전과 해외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데 아주 커다란 공헌을 하면서 헌신적이고 어떨 땐 투사와 같은 열정으로 임한 그 모습들이 지금 너무나도 눈앞에, 기억 속에, 가슴 속에 뚜렷이 기억된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동생 강수경 씨도 무대에 올라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추모전은 오는 9일까지 메가박스 성수에서 강수연의 주요 영화를 상영하고 해당 작품의 감독과 배우 등이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그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1991년)에 강수연과 함께 출연했던 문성근은 이날 이 영화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강수연의 특별한 점에 관한 질문에 "제일 강렬한 건 역시 자긍심"이라고 답했다.
그는 강수연의 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에 자긍심이 담겨 있다며 "그게 후배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작용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수연은 지난해 5월 7일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스물한 살 때인 1987년 임권택 감독 영화 '씨받이'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 스타'의 칭호를 얻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배우는 강수연이 최초였다.
1989년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당시 공산권 최고 권위였던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