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에세이 - 생명존중하는‘방생’

2023-05-01 (월) 홍효진/뉴저지 보리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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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 는 연기 공식, 그것은 더 간단히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멸한다.’ 가 된다.

이때 이것과 저것은 순서적으로 생멸할 뿐 아니라 동시적으로 발생하고 소멸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틱낫한 스님은 ‘상호존재 inter-be’ 라고 표현한다. 그 뜻은 세상에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어 인드라망 구슬이 그물 줄에 의해 연결되고 의지하듯 서로가 서로에 의해 존재하는 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고로 나와 남은 별개로 독립적으로 여겨지나, 나와 남은 완전히 다른 둘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이렇듯 이해가 쉬운 듯 어려운 듯 서로가 의존적인 존재로 상호존재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언가?


우리는 어느 순간 세상과 떨어진 독립적 존재처럼 지낼 때가 있다. 처음에는 나 또는 소수만의 만남으로 해방감을 느껴 행복을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과 벽을 쌓고 지내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고독이란 병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질병과도 같은 고독 또는 소수끼리만의 구속은 나는 남보다 우월하다는 자만감으로 나와 남을 갑과 을로 나누고 갑질 하는 변질된 민주 사회로 변하니, 사람간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어 가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이와같은 고독 병 또는 사회 병을 치료하려면 너와 나는 갑이나 을처럼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는 둘이 아닌 의존적 존재임을 분명히 느끼도록 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상호 존중과 사랑하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상호존재(interbeing)임을 스스로 느끼도록 할 뿐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행사가 있으니 그것을 방생이라 한다.
놓을 방, 삶 생. 곧 삶을 놓아준다는 방생이란 잡혀 죽을 지경에 이른 위급한 생명을 구해주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작업이다.

해매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미국 대통령은 죽을 뻔한 칠면조 한 두마리를 방생하는 일을 벌이고 뉴스로 보여준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잘하는 짓이라고 박수를 치며 환호하지만.
같은 시간에 미국에서는 수백만 마리 칠면조가 죽는다고 했다. 미국 칠면조는 왜 세상에 나온 것인가. 사람 음식이 되려고, 어디 칠면조뿐인가 소나 돼지는, 닭은?

보통 절에서 봄가을에 생명을 놓아주는 방생 법회를 여는데, 그 행사는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는 쇼처럼 되어서는 아니 된다. 보리사에서 벌이는 물고기 방생 절차를 보면, 우리가 어느 호수에 이런 물고기를 방행하겠다고 현지 수산청 The regional fisheries office 에 신고하면, 과연 그 물고기는 그 호수에서 튼튼히 살아갈 수 있는지를 관리국이 조사하여 ‘예스'가 나와야만 우리는 그곳에 방생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이 물고기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고기와 나 역시 개별적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상호 존재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아니되는 관계일 뿐 아니라 갑과 을의 불평등한 관계가 아닌 상호 평등의 관계다.

이제 우리는 생명 존중이라는 바른 방생이 되도록 마음을 가다듬으며 방생하는 순간 순간 정성을 다해 생명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행사를 한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관세음보살!

<홍효진/뉴저지 보리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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