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인간 아이돌그룹, 가상인간 유튜버 10대에서 인기 상승
가상 아이돌 그룹 메이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너희한테는 요즘 어떤 유튜브 동영상이 인기 있니?"
"버추얼 아이돌이요"
지난달 한 유명 헤어디자이너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나오는 이 디자이너와 초등학생 6학년 손님의 대화다.
'버추얼 아이돌이 무엇이냐'며 궁금해하는 디자이너에게 이 초등학생이 '가상인간 아이돌'이라고 답하자 주위에 다른 어른들도 질문을 이어가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돌 그룹의 경계가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가상인간의 등장으로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메이브'(MAVE:)도 이 초등학생이 말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 4인조 그룹이 1월25일 공개한 '판도라'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불과 두 달여만에 2천만회를 넘었다.
메이브의 영상에는 '메며드는(메이브+스며들다) 중. AI라 그런지 무대 이펙트가 재밌고 무엇보다 보컬이 듣기 좋다', '예쁠 수밖에 없다. 이제 아이돌을 넘어 아바타를 덕질해야 하나' 등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 아이돌'이 2021년 12월 공개한 '리와인드'(RE:WIND)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약 1천400만회다.
가상인간이 아이돌 그룹처럼 노래하거나 춤추는 버추얼 아이돌은 쇼케이스는 물론 실제 음악방송에 출연하거나 버스킹에도 나선다.
AI와 가상현실(VR) 등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아이돌이라는 점에서 멤버의 외모와 가창력·춤 실력 등은 이상적인 수준에 가깝다는 점이 인기 요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인간 아이돌 가수나 연예인과 달리 가창력, 춤 실력, 인성 논란이나 학교폭력, 성추문 등 비행, 병역, 결혼 등 각종 현실적 문제에 휘말릴 여지도 없어 '안심하고 좋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외모는 물론 AI로 구현된 목소리 역시 나이가 들지 않는다. 판도라 뮤직비디오엔 AI로 생성된 외모의 사실성보다는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댓글이 상당히 달렸다.
1월 판도라를 음원사이트에 처음 공개하면서 메이브의 멤버 마티는 "100년 이상 활동하는 세계 최초의 그룹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언론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인간 팬이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이상향 그대로를 충족하는 것이다.
이같은 버추얼 아이돌은 10대 초반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홍모(11)양은 7일 버추얼 보이그룹 '레볼루션 하트'의 멤버 '잭'을 좋아한다고 했다.
홍양은 "잘생겼고, 목소리도 좋은 잭에게 푹 빠졌다"며 "매일 2시간 정도는 잭의 소통방송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인간의 인기는 버추얼 아이돌뿐만 아니라 '가상인간 유튜버'인 버튜버(버추얼 유튜버)까지 확장되는 흐름이다.
초등학생 김모(12)군은 "버튜버 '안케'의 영상을 종종 본다"며 "안케와 팬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영상 등이 업로드되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버추얼 아이돌과 버튜버 등이 미래 세대의 주인공인 10대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는 과정이라고 봤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소통이 익숙해졌고, 캐릭터와 다양한 역할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로 불리는 10대 초반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탑재와 복제·다중역할로 팬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은 인간 아이돌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며 "게임·애니 캐릭터가 가요 시장까지 진출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팬 접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가상인간을 사람과 똑같이 그릴수록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 극복과 히트곡 발표 등이 문화의 '중심'으로 가느냐를 결정짓는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