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체성 확립...새로운 환경 뿌리내림 도와
▶ 웨비나, 세미나, 소모임 등 활동 통해 건강한 네트워크, 배움, 교류의 장 역할
왼쪽부터 강유리 공동설립자, 오민정 CFO, 안미정 공동설립자.
차세대를 육성하는 해외 이주 여성들을 위한 모임이 있다. 바로, 지난해 베이지역에서 설립된 테이크 루트(TakeRoot).
'뿌리를 내리다'라는 뜻의 '테이크 루트'는 차세대를 기르는 해외 이주 여성(엄마)들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 새로운 환경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게 된 한국 여성들이 자녀 양육과 함께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고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즉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안전하고 건강한 커뮤니티다.
테이크 루트를 공동 설립한 안미정(37, 서니베일) 씨는 "2012년 박사과정을 하며 유학하던 남편과 텍사스로 오게 되었으나 배우자 비자를 받아 취업 등에 제한이 많았고, 이와 관련해 물어볼 곳도, 상의할 곳도 없던 것이 매우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후 나 다움을 찾기 위해 석사를 취득하고 테네시로 이주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것을 보고 전직 피아니스트였던 안미정 씨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그때 알게 된 강유리, 문지선 씨와 뜻을 모아 단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미정씨는 2021년 2월 베이지역에 이사왔다.
또 다른 공동설립자 강유리(38, 산타클라라) 씨는 "남편이 이직하며 약 4년 반 전에 베이지역에 오게 됐다"며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8년 정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며 일을 쉰 지 8년, 해외 이주를 하면서 교직 생활을 다시 하지 못해 답답하던 찰나에 안미정 씨로부터 제안받고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게 아니고 한국에서 바로 이주해 언어 장벽이 커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나와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3명이 지난해 1월 뜻을 모으게 됐고, 6월 국세청 비영리단체 설립인가까지 나면서 테이크루트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1여 년이 지난 지금, 웨비나와 북클럽, 세미나, 소모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영향력을 넓혀 나가, 현재는 한국에 거주하며 해외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웨비나 등에 참여하며 건강한 네트워크와 교류의 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현재 테이크 루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오민정(37, SF) 씨는 한국에서 재정 연구 분석가로 일하다가 결혼 후 미국과 호주 두 차례 해외 이주 경험이 있다. 그는 "부푼 꿈을 갖고 처음 미국에 왔으나 언어 장벽, 비자 등의 어려움에 부딪혔다"며 "한국에서 쌓은 많은 것이 해외에 나오니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호주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석사를 취득하고 남편 일로 다시 미국에 돌아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미정 씨와 연결, 테이크루트 개최 세미나에서 도서관 관련 프로그램 소개 강연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으로까지 함께 하고 있다.
오민정 씨는 "많은 여성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많은데 자녀를 양육하고 가족을 돌보면서 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크다"며 "평소엔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활하는 수많은 여성이 학부모회 관련 강의, 글쓰기, 언어 번역, 북클럽 리드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갖고 발휘한다"고 말했다.
테이크루트는 해외 이주 경험이 있는 저자들을 섭외해 교류하는 웨비나와 북클럽, 세미나, 그리고 자발적 소모임이라는 커다란 축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특히 세미나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주거지 101', 'PTA 101', '마음 돌봄 101' 등 여러 주제로 진행됐다. 또, '운동 인증', '미라클 모닝', '루트 잉글리쉬'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여성들이 건강한 나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안미정 공동설립자는 "막막함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며, 불안이 모두에게 자리 잡고 있다"며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위력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어 "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엄마 스스로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통해 자기답게 성장하며 바로 설 때, 자녀들 역시 건강하고 자기답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테이크루트는 평소 값으로 매겨지지 않는 여성(엄마)들의 '돌봄'에 대한 경력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로 향후 여러 지역사회와 손잡고 활동 반경을 더욱더 넓혀갈 계획이다. 더욱 좋은 양질의 서비스와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도네이션, 펀드레이징, 더 나아가 다양한 영리 기업들과의 협업 등을 통해 수익화를 구상 중이며, 비자 때문에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여성들에게도 마중물 혹은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이크루트는 오는 10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릴 오프라인 한인 해외이주여성 포럼을 기획 중이며, 오는 3월 아이들의 건강한 수면 습관 형성과 해외 이주 여성들의 미타임(Me Time, 나만의 시간) 확보를 위한 '바라다드림-샌미나리' 프로그램 런칭, '글쓰기 101'과 '글쓰기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s://www.takerootofficial.org/ ▲인스타그램: @takeroot.official
<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