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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성우들 “더빙판에 대한 관심 높아지는 계기 되길”

2023-02-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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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섭 역 엄상현·강백호 역 강수진 인터뷰…”웃음기 빼고 연기”

▶ “수많은 작품 해왔지만 ‘슬램덩크’ 특별해…경험 쏟아부은 역작”

‘슬램덩크’ 성우들 “더빙판에 대한 관심 높아지는 계기 되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왼쪽부터) 성우 엄상현, 강수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슬램덩크') 열풍은 이례적이다. '너의 이름은.' 이후 6년 만에 누적 관객수 200만 명을 넘은 일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지만 더빙판이 자막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12일(한국시간) 배급사 뉴(NEW)에 따르면 2월 둘째주 주말 기준 '슬램덩크' 더빙판과 자막판 배급 비율은 60:40이다. 개봉 첫 주말에는 자막판 60%, 더빙판 40%로 배급됐으나 더빙판의 인기가 높아지며 비율이 역전된 것이다.

이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원피스 필름 레드', '너의 이름은.' 등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자막판 관객 점유율이 80.5∼97.8%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독특한 현상이다.


'슬램덩크'에 참여한 성우 엄상현과 강수진은 "이 작품을 통해 더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은 각각 송태섭과 강백호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엄상현은 "친구들이 오랜만에 전화해 다짜고짜 '뚫어! 송태섭!'이라고 하기도 하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져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사람들이 더빙판을 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극장에서 7번 봤거든요. 이전엔 이렇게까지 본 적이 없어요. 더빙판은 상영관도 많이 배정되지 않고, 있더라도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이른 시간이나 아침 일찍 밖에 없거든요. 많이 보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죠. 그런데 '슬램덩크'는 밤 10시, 11시에도 상영하더라고요."

최근 전화로 만난 강수진도 "이번 작품을 통해 더빙도 충분히 재밌다는 생각이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수입 영상물을 우리말화하는 작업이 여러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만큼 더 즐겨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동안 자막판 선호도가 높았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더빙 실력이나 연기력이 담보되지 않은 무리한 캐스팅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빙은 전문 성우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분들이 해주셔야 더빙 문화가 올바르게 발전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첫 극장판이기도 하다. 이노우에 감독은 '새로운' 슬램덩크를 만들기 위해 일본 성우진을 전면 교체했다. 한국도 강백호를 제외하고는 모든 성우를 새롭게 캐스팅했다.

새롭게 합류한 엄상현, 자리를 지킨 강수진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큰 부담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엄상현은 "원래 누군가가 했던 작품을 다시 한다는 게 가장 부담스럽다"면서도 "작품의 색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새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전 작품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이라는 사실도 부담을 키웠다고 했다.

"송태섭 역할 오디션을 보라는 전화를 받고 순간 '송태섭이 누구지?' 싶었어요. (웃음) 역할이 작으니까 마음이 놓였죠. 한참 있다가 붙었다고 연락이 왔는데 '송태섭이 주인공이에요' 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그때부터 다시 막 부담이 되면서 (가슴이) 쿵쾅쿵쾅했어요."

반면 강수진은 "일본에서 성우가 전격 교체됐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오디션을 보라는 섭외 전화가 와서 굉장히 기뻤지만 기대는 안 했어요. 새로운 목소리를 찾는 과정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해서요. 나중에 저만 남고 (성우가) 다 바뀌었다는 걸 알고는 부담이 대단히 컸죠."

강백호가 주인공이 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주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안도감이 더 컸다"고 고백했다.

"강백호가 워낙 힘든 캐릭터여서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거든요. 길길이 날뛰는 캐릭터가 스크린에서 2시간 동안 나댄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 것 같았어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분량은 많지 않은데, 주인공 이상의 난도가 있더라고요. (웃음)"

두 사람은 연기에 있어 전작과 다른 '진지함'으로 접근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체 작품을 다 보고 나니까 송태섭이라는 친구가 왜 이렇게 삐딱했는지를 알겠더라고요. 이 친구가 가진 아픔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예전 시리즈처럼 코믹하고 과장된 건 싹 빼고, 웃음기 없이 진지한 쪽으로 접근해야겠다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엄상현)

"웃기려고 하지 않았어요. 보는 사람들은 재밌어하지만 (강백호) 본인은 매우 진지하고 절박하거든요. 제가 20여 년 전에 했던 강백호는 과장된 캐릭터였어요. 이번엔 기존의 다혈질적이고 코믹한 부분을 유지하되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을 같이 보여주려 신경 썼습니다."(강수진)

두 성우는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로 각각 서태웅과 정우성을 꼽으면서도 본인의 역할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엄상현은 "서태웅이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으면서도 멋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송태섭밖에 없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강수진은 "강백호는 저를 힘들게 한 캐릭터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있어서 다른 캐릭터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도 "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건 정우성"이라고 답했다.

"제가 성장형 캐릭터들은 되게 많이 했는데 완성형 캐릭터는 별로 못 해봤어요.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완성형인데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잖아요. 그런 게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잘생겼고요. (웃음)"

두 사람은 자타공인 국내를 대표하는 성우들이다. 강수진은 '이누야샤'와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의 타이틀롤을 비롯해 인기작의 주인공을 맡아왔다. 엄상현도 '쿵푸팬더'와 '로보카 폴리' 등 유명 작품에서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두 성우는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슬램덩크'는 유독 특별한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정말 수많은 애니메이션에서 연기를 했지만, 이번 작품은 제 경험을 다 쏟아부은 역작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신경 썼던 작품입니다. 이번 '슬램덩크'를 통해 강백호도 더 좋아하게 됐고요."(강수진)

"제 성우 인생에 획을 그은 작품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합니다. 작품성이 일단 뛰어나고 재밌는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 거기서 큰 역할을 맡아 굉장히 영광입니다."(엄상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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