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기업 바이오믹스테크가 CU 편의점과 함께 만든 채식마요 3종. [바이오믹스테크 제공]
2021년 11월, 편의점 체인 CU에서 새로운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참치마요라면 삼각김밥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제품으로 2000년대 초반 삼각김밥이 일본에서 상륙했을 때부터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이런 제품에 새로울 여지가 있을까? 놀랍게도 있었으니, 대체 해산물인 식물성 참치를 쓴 삼각김밥이었다. 그동안 식물성 대체 식재료가 동물의 고기나 계란, 유제품 등에 한정되어 있었음을 감안하면 새로운 시도였다. CU는“채식 간편식에 대한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국내 최초로 대체 해산물인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했다”며“국내에선 대체 해산물이 생소한 만큼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삼각김밥에 접목했다”고 밝혔다. 제품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 참치는 식물성 마요네즈로 맛을 냈으니, 완전 채식을 추구하는 소비자도 고민 없이 편의점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탄생했다.
대체 해산물을 향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편의점에서도 제품을 사 먹을 수 있는 현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개념적 접근이 대체육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체 해산물은 크게 두 가지 제품군으로 나뉜다. 토마토나 콩, 밀 등 식물성 원료로 해산물의 맛과 질감을 모사한 제품군과 대체육처럼 어류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3D 프린팅을 통해 생산한 제품군이다. 대세는 후자로 2021년 한 해 동안 기업의 수가 81% 증가한 반면, 전자는 14% 증가했다. 무엇보다 가공을 덜 거쳐도 되기 때문에 전자가 더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인데, 이는 소비자들의 식품 경향과 맞아떨어진다. 맛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첨가물의 가짓수가 적을수록 소비자가 더 안전한 식품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대체 해산물이라니 낯설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변은 예상외로 넓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스타티스타에 의하면 2020년 미국 소비자가 구매한 식물 기반 대체식품 중 29%를 대체 해산물이 차지했다. 26%를 기록한 돼지고기 대체육보다 비중이 크다. 추세가 이렇다 보니 매출도 당연히 증가해, 미국 내 대체 해산물 매출은 전년 대비 23% 성장한 1,200만 달러(약 142억 원)를 기록했다. 사회 및 환경의 긴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전 지구 구석구석 안 그런 곳이 없겠지만 해양 생태계는 특히 극심한 고통을 겪어 왔다. 남획으로 인해 해양 생물의 개체가 급속하게 줄어들었으니, 지난 50년 동안 상어나 다랑어처럼 몸집이 큰 어종의 90%가 남획으로 바다에서 사라졌다. 큰 그물로 포획을 할 때 비단 목표 생물뿐만 아니라 거북이나 고래처럼 애꿎은 생물 또한 잡혀 죽는 것도 문제이다. 그와 별개로 중금속 및 미세 플라스틱의 오염도 심각한 수준으로, 특히 해양 생태계의 위쪽에 자리를 잡은 참치나 연어에서 많이 검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 해산물을 향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외에서 출시되고 있는 식물 기반의 대체 해산물은 무글루텐에 유전자 변형 식물 무첨가, 유제품 무첨가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안전한 식품의 특성을 두루 갖췄다. 참치 등 많은 해산물에게 노출된 중금속 섭취 우려도 없어 임산부와 태아가 먹어도 안전하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대체 해산물 시장의 전망 또한 매우 밝다. 미국의 비영리기구 굿푸드인스티튜트에 의하면 2020년 미국 내 식물 기반 해산물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 성장한 1,200만 달러(약 142억 원)를 기록했다. 한편 2021년 상반기 미국의 식물 기반 해산물 분야 투자액은 약 7,000만 달러로 해당 분야의 지난 2개년 투자액 규모와 맞먹는 수치이다. 2022년 7월 식품기술자협회(IFT)는 2023년 식품 트렌드로 대체 해산물을 꼽았다. 생산 기업도 2020년 99곳에서 2021년 120곳으로 늘었다.
전 세계 32개국에 대체 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고 2021년에만 에스토니아, 남아프리카, 호주, 이스라엘 등에서 처음으로 대체 해산물 개발 업체가 등장했다. 대표 업체와 제품군을 살펴보자. 유럽에서는 스페인의 스타트업 미믹 시푸드(Mimic Seafood)가 건조 토마토 과육으로 만든 대체 참치회를 출시했다. 올리브유와 해조류 추출물, 향신료, 간장 등을 가미해 밥에 얹으면 참치 초밥, 채소와 드레싱 등을 더하면 참치 샐러드를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편 프랑스의 오동테야(Odontella)에서는 해조류와 완두콩 단백질을 주원료로 만든 식물성 훈제 연어를 내놓았다.
대체 식품 세계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선택지는 한층 더 다양하다. 선두주자는 캘리포니아의 식물 기반 대체 해산물 전문 식품 브랜드 소피스치킨이다. ‘생선만큼 맛있는 식물 기반 해산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소피스키친은 식물 기반 순생선살(필레), 새우, 크랩케이크, 연어, 참치통조림(Toona) 등의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글루텐은 물론 콩성분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유전자 변형 농산물도 사용하지 않은 완전 채식 제품군이다. 시카고의 콘아그라 브랜드가 소유한 가데인도 코셔 인증까지 갖춘 식물성 크랩케이크와 순생선살 제품을 출시했다.
한편 식물 기반 참치 대체육으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애틀랜틱 내추럴 푸드의 로마 린도 토노, 새우 분야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올베지테리언이 내놓는 비건 슈림프가 있다. 글로벌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네슬레는 식물 기반 대체 참치 뷰나(Vuna)를 내놓았으며 세계 2위 규모의 육류 가공 및 판매기업인 타이슨 푸드도 대체 해산물 전문 기업 ‘뉴웨이브푸드’에 투자했다.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대체 해산물의 전성시대에 한국도 손을 놓고 있지 않다. 2021년 7월, 해산물 배양육 개발 스타트업인 셀미트(CellMEAT)가 올 상반기 중 독도새우 배양육 제1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목표는 연간 100톤의 생산 능력이다. 2021년 말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지 6개월여 만에 시식회와 함께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셀미트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세포배양 새우 개발에 집중했다. 인기 높은 식재료인 새우는 소고기 못지않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식재료다. 국제삼림연구센터의 2017년 연구에 의하면 1㎏의 양식 새우는 같은 양의 소고기 대비 4배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새우로 단백질을 100g 만드는 데 온실가스가 18㎏ 넘게 배출되는 것이다. 전 세계 약 48조 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 규모의 새우는 절반이 양식을 통해서 생산되는데,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생태계를 정화하는 해안가 갯벌 및 습지를 파괴한다.
셀미트의 새우 배양육은 울릉도 인근 바다의 독도새우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다.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배양액과 배양육의 모양을 만들어주는 지지체 등 핵심 기술을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운데 지금까지 5, 6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가운데 1건은 등록을 마친 상황이다. 셀미트의 배양액은 값비싼 소혈청 대신 각종 영양 성분과 성장효소를 첨가했으며, 지지체는 식물 및 해조류에서 채취한 천연물질 성분을 사용해 만들었다. 무혈청 배양액은 제조 비용이 소태아혈청의 수십분~수백분의 1에 불과하다. 셀미트는 기존 배양액보다 세포를 최대 250%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고 배양육 종류별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최적의 배양액 조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덕분에 생산단가를 1㎏당 5,000원으로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셀미트는 경기 구리시 갈매지식산업센터에 올해 안에 350㎡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현재 공장부지는 확보했으며 2023년 상반기까지 생산 설비를 모두 갖추고 하반기 중 제품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독도새우뿐 아니라 랍스터, 게 같은 다른 갑각류 배양육도 같은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할 예정이다. 한편 셀미트 외에도 해조류 배양육을 개발하는 씨위드, 육류 배양육을 개발하는 다나그린과 스페이스에프 등의 업체가 대체 해산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이렇게 전 세계가 앞다투어 도전장을 던지는 덕분에 대체 해산물의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약 10년 뒤인 2032년에는 시장이 지금의 두 배 규모인 13억 달러(1조8,000억 원) 정도로 커질 것 같다고 예상한다. 다만 대체 해산물도 대체육류처럼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개발과 상용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므로 개발 후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양을 생산해 가격을 낮춰야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
이용재 음식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