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물 낙태 53%, 임신 중절 처음으로 앞질러’

2023-01-31 (화)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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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관련 규정 허용 뒤 꾸준한 증가세

▶ 2020년 낙태 건수가 전년보다 소폭 증가

‘약물 낙태 53%, 임신 중절 처음으로 앞질러’

교인 감소 여파로 문을 닫는 교회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교회 건물 매매가 급증했다. [로이터]

지난해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린 직후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미국 성인은 62%로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성인(36%)의 약 2배에 달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낙태 권리가 미국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로 법에 의해 보장받아야 한다는 연방 대법원의 1973년 판결이다. 이 판결은 미국 전역에서 낙태가 치솟는 계기가 됐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낙태 건수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낙태 건수가 더욱 감소할 전망인 가운데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미국 낙태 현황을 정리했다.

낙태 현황과 관련된 조사는 크게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구트마허 연구소 두 개 기관에서 실시한다. 두 기관의 조사 방법과 대상,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결과는 해마다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CDC의 발표에 따르면 가장 최근 조사가 실시된 2020년 한 해 62만 327건의 낙태가 실시됐다. 전년도인 2019년 실시된 62만 9,898건의 낙태보다 소폭(1.5%) 감소한 수치다. CDC는 각 주의 자발적 보고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낙태 건수를 집계하는데 가주, 메릴랜드주, 뉴햄프셔주는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낙태권 옹호 기관인 구트마허 연구소의 조사에서는 2020년 낙태 건수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트마허 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20년 한 해 93만 160건의 낙태가 이뤄져 전년에 비해 약 1.5% 증가했다. 구트마허 연구소는 전국 50개 주에 등록된 낙태 시술 기관을 대상으로 직접 연락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해마다 CDC 수치보다 높게 집계된다.

미국 내 낙태 건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있었던 1973년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 구트마허 연구소의 조사에서 1973년 약 74만 4,000건이었던 낙태는 80년대 초 100만 건을 넘어섰고 1990년에는 약 160만 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DC의 조사에서도 1973년 약 61만 5,000건이었던 낙태는 1990년 약 140만 건으로 급증하며 구트마허 연구소의 조사와 비슷한 추세로 나타났다. 1990년 초를 기점으로 낙태 건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로 돌아섰다.

CDC는 낙태를 수술을 통한 낙태와 약물을 사용하는 화학적 낙태 두 가지로 분류한다. ‘연방 식품 의약국’(FDA)이 임신 중절 약품을 최초로 승인한 2000년 이후 화학적 낙태가 꾸준히 증가한 끝에 2020년 수술을 통한 낙태 건수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CDC와 구트마허 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20년 실시된 전체 낙태 중 약 53%가 약물을 사용한 화학적 낙태로 임신 중절 수술 건수보다 많았다. CDC의 자료에 따르면 화학적 낙태는 2018년 40%, 2019년 44%로 해마다 증가하다가 2020년 큰 폭으로 늘었다.

CDC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0대 여성의 낙태가 전체 중 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여성의 낙태가 31%로 두 번째로 많았고 10대와 40대 여성의 낙태도 각각 약 8%와 4%를 차지했다. 낙태 여성 중 미혼 여성의 비율이 86%로 기혼 여성(1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인종별로는 낙태 여성 중 흑인 여성(비 히스패닉)의 비율이 39%로 가장 높았고 백인 여성(33%·비 히스패닉)이 뒤를 이었다. 히스패닉 여성의 비율은 21%였고 기타 인종 여성은 약 7%로 조사됐다.

낙태 횟수로는 생애 처음 낙태를 한 여성이 전체 낙태 여성 중 58%로 가장 많았고 두 번째(24%), 세 번째(10%) 낙태에 나선 여성도 상당수였다. 네 번째 낙태를 실시한 여성도 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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