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일, 부모노릇 세상의 만사에는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오늘 하루 좋은 일을, 좋은 선택을 한두 번만 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매일 매순간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꾸준하게 무언가를 수백번 수천번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면서도 얼마나 쉬운 일인지.
글쓰기를 일례로 보자. 나의 영웅, 무라카미 하루키는 습관의 작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의 소설들을 감탄하며 읽으면서 그의 재능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어느 날 그의 수필을 보고 나니, 결국 그의 비밀소스는 하루하루를 반복적으로 노력하고 연마해 놓은 결과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달리기를 하는, 처음 시작은 마라톤이 아니었고 5분, 10분, 30분으로 늘어난 매일매일 조금씩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의 글쓰기에 대한 고백도 이어졌다. 달리기처럼 매일매일 쓰고 싶어도 쓰기 싫어도 같은 분량을 쓰는 방법의 결과였다.
그뿐만 아니다. 살면서 차마 예상하지 못한 불행을 맞닥뜨릴 때도 조금씩 꾸준히 하는 이 방법은 통한다. ‘Atomic Habit(아주 작은 습관)’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고교시절 지역에서도 에이스 야구선수로 촉망받던 재능있는 스포츠인이었다. 그러다가 야구공을 얼굴에 맞는 사고로 한쪽 눈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장애인이 되는 엄청난 불행이 닥친다. 극복을 생각한 불굴의 의지도 대단한데 불굴의 의지를 만들어낸 건, 제임스의 한번에 정말 마이크로 ‘진전’을 만들어내는 매일매일의 습관들이었다는 증언의 기록이 베스트셀러 ‘Atomic Habit’이다.
이런 대단한 재능과 불행 극복의 방법이 그저 매일 조금씩 꾸준히만 하면 된다니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에는 성공한 사람, 위대한 사람들이 신에게 뭔가 엄청난 계시와 힘을 따로 부여받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 ‘신의 부름’이 아니고, 그저 작은 도움되는 노력들을 빠지지 않고 하는 것만으로 저렇게 큰 ‘재능’을 가꾸고 ‘신체적 불구’를 극복해내는 결과를 볼 수 있다니 따라해 보련다.
여성의 창을 이번에 시작할 때, 3개월 동안 일주일에 1편의 원고를 써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지만, 그냥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글이다. 첫 세 번은 글감을 찾기도 어려웠지만, 그 이후로는 같은 분량을 써내는 시간이 많이 줄었고 자신감이 붙은 듯하다. 조금씩, 3개월을 계속해낸 진전이 있었다. 새해를 맞아 종이로 기록하는 Habit tracker 노트를 샀다. 듣기만 해도 숨막히는 내 맘속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이크로 습관’들을 적어내려 본다. 이 조그만 발걸음으로 여성의 창 3개월을 마무리했듯이 3년 후에는 내 목표에 더 가까이 와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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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원 / 한국혁신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