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의 어느 날 전화기에 우체국 명의로 문자(text)가 하나 도착했다. ‘주소가 틀려서 소포를 보관하고 있으니 다음에 있는 온라인으로 주소를 보정하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USPS: your package is on hold due to an incorrect address, please update online. relcmeans.info/FAQs
‘원 참 별…’하고는 넘겼다. 사기라는 것이 명백하기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소포가 올 일이 없기도 했지만 우체국은 개인 전화기에 이런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같은 경우로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마침 한국에서 올 소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나와 다른 점이었다. 생각보다 소포가 늦어서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아… 한국에서 주소를 잘못 적었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문자에 반응했다고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체국은 절대로 문자로 연락하지 않는다.
그는 문자에 적힌 대로 접속해서 주소를 입력했다. 그랬더니 우체국의 추가 작업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그는 매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므로 ‘그렇지… 주소가 잘못되었으니 추가 작업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겠지. 주소 잘못 적은 것은 우리 잘못이고. 추가비용 이래봐야 불과 몇 달러이니까 빨리 지불하고 소포를 빨리 받는 것이 낫겠지.’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했더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신용카드 번호를 하나 더 입력하라고 했다.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또 입력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자. 우체국에서 우표 판매 등 비용을 카드로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거래는 우정국 공식 홈페이지(https://www.usps.com/)에서만 일어나고 그 외에서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주소와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한 며칠 후 신용카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생했는데 본인의 거래인지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동부인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는데 서부의 캘리포니아주에서 수백 달러의 신용카드 거래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본인의 거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나서 생각해보니 입력한 신용카드 번호가 두 개가 아니었던가. 그 다음날 다른 신용카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유타주에서 발생한 수백 달러의 수상한 거래에 관한 확인 요청이었다. 이 또한 본인의 거래가 아니라고 알려줌으로써 이 사건은 일단 정리되었다. 두 카드 모두 사용 정지되었고 새로운 카드가 도착할 때까지 며칠 동안의 불편은 감수해야하는 것이었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증언은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자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기꾼들의 술수는 참으로 놀랍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1. 우체국은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2. 공식 홈페이지 외에는 신용카드번호나 주소 등 개인 정보를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내 전화기에는 앞에서 말한 우체국을 빙자한 문자 말고도 몇 개가 더 있다. ‘멤버십이 정지되었으니 …’하는 넷플릭스 명의의 문자, ‘계정이 정지되었으니…’하는 페이팔 명의의 문자, ‘비정상적인 인출이 있사오니 …’하는 벤모 명의의 문자,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서는 …’하는 아마존 명의의 문자. 물론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세상이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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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버지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