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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불안’

2022-1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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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은 개인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불안장애의 확산이다. 특히 팬데믹이 극성을 부릴 때 미국인들의 3분의 1 가량은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했다. 약 20% 가량의 미국인들이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평소의 통계에 비춰볼 때 분명 팬데믹은 미국인들의 불안을 한층 더 자극하고 높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미국인들의 불안장애가 비단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보편화, 그리고 새로운 사회보건 문제가 되고 있는 불면증 등도 여기에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과 열등감은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되곤 한다.

하지만 개인의 불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무엇보다도 각자의 성격과 특질에 가장 많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성별로 본다면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서 불안장애가 더 많이 나타난다. 미국 여성들 가운데 불안장애를 보이는 비율은 23% 가량인 반면 남성은 14% 정도에 머물고 있다.


불안감이 너무 심할 경우 그것은 파괴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감정은 갖가지 신체적 반응과 우울증을 불러일으키며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과도한 불안감이 지속될 경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근육 긴장이 일어나며 호흡이 가빠진다. 또 쉬 피곤해 진다.

반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부류도 있다. 이들은 자기보호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장애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너무 근심 걱정이 없는 것은 개인과 사회에 해롭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지도자의 불안감 결여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본다면 불안은 우리를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주는 역할을 위해 진화돼 온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정신의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그러니 불안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자 뉴욕타임스도 불안에는 여러 혜택이 뒤따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불안의 긍정적 기능은 수행능력의 향상이다. 적정수준의 불안은 우리를 생리적, 정신적으로 각성시켜 수행능력을 올려준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쥐 실험을 통해 증명된 이른바 ‘여키스-도슨 법칙’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불안을 전문가들은 ‘좋은 불안’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적당한 수준의 불안은 우리를 분발시키고 향상시키는 자극제가 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은 이런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는 우리의 뇌가 마냥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돼 오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데는 불안과 두려움, 외로움, 갈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반응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책상 앞에 앉게 만드는 것은 성적에 대한 불안이다. 미래의 성공에 대해 불안한 학생들일수록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쫓아내기보다는 잘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유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팬데믹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데도 불안은 긍정적 기능을 했다. 불안했기에 우리는 더욱 조심을 하고 적극적으로 백신접종 등 필요한 예방조치들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니 불안한 감정이 고개를 든다면 무기력하게만 있을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해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어떨까.

덧붙여 현명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하자면 적당한 운동과 휴식 그리고 심호흡 등이다. 특히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주는 심호흡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열심히 하면 아주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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