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저무는 해의 회상
2022-12-01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12월에 들어서니, 개인을 포함하여 사회적으로도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여 보려는 세모의 분위를 느끼게 됩니다. 사적인 인생의 특별한 애환이 추억되기도 하고, 공적으로 세상의 이목을 끌어 모은 큰 사건이나 이슈들이 새삼 되새겨지기도 하지요. 이른바, 국내외 “10대뉴스”를 선정해 보이는 언론기관도 있고, 그 의미와 영상을 되뇌어 보려는 시도도 보입니다. 우리 현대 역사의 한 부분을 정리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 우선순위도 서로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산승도 올해를 돌아보며 나름의 잣대로 몇 가지 중요하게 느껴지는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그 단견들을 다소나마 나누어보려 합니다.
첫째, 코비드 팬데믹 상황의 전환과 기루변화 등 자연환경 생태계의 실정에 주목합니다. 아직도 코비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변종이 계속 생겨나기도 하며, 감염을 방심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이제 그들과 조심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됨 (With Covid)을 알고 적응하게 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겪으며 배운 것은, 신종역병이 인종과 성별, 신분과 지위, 종교와 문화, 연령과 직종 등을 막론하고, 이른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접근 침입 감염시킨다는 사실이지요. 근원을 분석하고 백신을 만들거나, 마스크착용 및 거리두기 등, 과학과 기술 및 이웃을 배려하는 윤리의식의 공능을 부정할 수 없으며, 그를 존중하고 수용해야함을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음이 분명해졌다는 현실입니다. 아울러, 기후변화 등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개선과 안정이 인류생존에 급선무임이 지구적으로 심각하게 공감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에 COP27이 결의한 것처럼, 인류공멸을 막기 위한 세계적으로 일치된 노력이 필요함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 등, 모든 국가가 탄소저감의 공동책임을 함께 져야함을 확인하게 되었지요. 자국위주로 나가면 그 부담이 막대하며 감당하기도 어렵고, 마침내 지구적으로는 실패하여 같이 망하고 후회하게 됨이 분명하니, 지구 공동체 운명을 함께 져야함을 말입니다.
둘째, 국제적으로 전쟁의 회피와 평화 공존의 필요성을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새삼 느껴봅니다. 지난 2월하순 개전 초기에는 며칠 내지 몇 주일만에 끝날 것 같던 전쟁이 금년 내내 이어져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인데, 그 동안의 수만명 인명피해 및 수백만명의 난민과 수십조원재산 파괴도 상상 밖이며, 무기 및 작전에 소모된 경비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음을 봅니다. 만약 그 막대한 전쟁비용이 살상과 파괴보다 의료 복지나 교육 또는 건설에 사용되었다면 얼마나 바람직하였겠습니까! 앞으로 언제인가 끝나겠지만, 그동안의 고통과 인명 및 재산의 손실은 돌이킬 수 없고, 원망과 증오감 및 복구비용 등을 생각하면, 그 전쟁의 사악함과 어리석음을 깊이 깨닫고, 비폭력 평화와 상호존중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공부하고 의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계에 나타났던 이른바, 붉은 물결(레드 웨이브)가 위험한 난조를 보였는데, 그 원인과 배경 등을 반성해 보고 현명한 민주의 선택이 필요함을 새삼 느낍니다. 지난 3월의 한국대선과 11월 미국의 연방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영향이 짐작됩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양국 민주당 정부에 반대하는, 한국의 국민의당과 미국 공화당 세력의 물결이, 전국을 휩쓰는 폭풍을 예상했으나 그 영향은 별로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의 진원지였던 트럼프와 윤석열의 인격 및 언행에 실망과 한계를 느낀 시민들이 많아지며, 향후에 대하여도 회의적인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새해에는 온 누리에 좋은 변화가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독자 여러분들 모두 알차고 멋진 연말연시를 누리시기를 빕니다. 생명 평화를 존중 지향하는 공심의 정직한 인사들이 이끄는 좋은 세상이 이룩되기를!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