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사님은 너구리, 교인은 늑대’ 나만의 캐릭터로 참석하는 ‘메타버스 예배’

2022-11-17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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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함 잃는다’ 우려,‘현실로 인도하는 통로’에 기대↑

▶ 소속 없는 ‘가나안’ 교인들 대상 복음 전도에 효과적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약 3,000개에 달하는 개신교회가 문을 열었지만 같은 해 무려 4,500곳이 넘는 교회는 문을 닫았다. 그해 전반적인 교회 숫자는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건물을 지닌 교회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계로 온라인 예배만 실시하는 교회는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8월 실시된 한 조사에서 직전 6개월간 가상 현실 세계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는 무려 50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배 형태를 구분 짓지 않는다면 예배를 제공하는 교회 숫자가 반드시 감소세라고 볼 수 없다는 조사 결과다.

교회 전문가들은 현재 온라인 예배 중심의 가상 현실 예배를 ‘메타 버스’(Metaverse) 예배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 세계이면서도 현실 세계와 같이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교인들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실시간 온라인 예배가 3차원 가상 공간 중심의 메타버스 예배로 자연스럽게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타버스 예배로의 전환은 팬데믹을 계기로 이미 빠르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팬데믹 직전 개신교회 약 41%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팬데믹 발생 불과 1달 만에 온라인 예배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교회는 8%로 확 줄었다. 팬데믹 기간 미국 성인 절반이 온라인 예배를 시청했고 이중 역 14%는 전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성인들이었다. 온라인 예배가 복음 전도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올해 초 거의 모든 교회가 대면 예배를 재개했으나 교회 10곳 중 9곳은 여전히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 예배를 실시하면서도 목사 중 60%는 교인들에게 가능한 빨리 대면 예배에 출석할 것을 격려하는 실정이다. 대세인 온라인 예배를 어쩔 수 없이 실시하면서 교인 다수가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그러나 메타버스 예배 지지자들은 대면 예배 참석이 힘든 교인에게 ‘찾아가는 예배’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가상 세계이면서도 현실 세계처럼 실시간 예배 출석, 교인간 대화와 교제, 소그룹 모임이 얼마든지 가능한 점도 메타버스 예배의 장점으로 거론된다.

새크라멘토 인근 유바시티의 코너스톤 교회 담임 제이슨 폴링 목사는 일요일에 3차례 예배 설교를 담당한다. 오전에 두 번 열리는 대면 예배에서는 여느 교회처럼 설교단에 올라 교인들에게 성경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오후에 시작되는 예배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회 메타버스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가상 현실 예배에 참석하려면 VR 헤드셋 착용이 필수이고 예배에 출석하는 교인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메타버스 예배에서 폴링 목사는 너구리로 변해 예배당을 찾은 교인과 인사를 나눈다. 교인 역시 늑대, 경찰, 만화 주인공, 로봇 등 다소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예배에 참석하지만 예배를 드리는 모습만큼은 진지하다.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코너스톤 교회 메타버스 예배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교인도 생겼다. 교인 토마스 맥파린은 심근 경색 후유증으로 대면 예배 출석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메타버스 예배에서는 교인 커뮤니티 리더로 활발한 활동 중이다. 맥파린은 “전에 상상도 못 했던 메타버스 예배가 내 삶의 목적을 찾아줬다”라고 말한다.

유명 성경 앱 ‘유버전’(YouVersion) 산하 ‘라이프 처치’(Life.Church)도 작년 말부터 메타버스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후 출석 교인 수가 꾸준히 늘어 현재 매주 평균 60명~120명의 교인이 메타버스 예배에서 만나고 있다. 교회 측에 따르면 메타버스 예배 출석 교인은 다른 방식의 예배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들로 대부분 신앙생활을 막 시작한 ‘초신자’들이다. 레이첼 포이어본 교회 홍보 담당은 “아무도 전도하지 않는 대상을 전도하는데 메타버스 예배가 매우 효과적”이라며 “메타버스 캠퍼스에서 45명의 교인이 복음 받아들이고 구원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부활절부터 메타버스 예배에 출석하기 시작한 한 교인은 라이프 처치가 실제 건물에서 대면 예배를 진행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리고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라이프 처치를 찾아 대면 예배에 출석하게 된 사례도 있다. 가상 현실 예배가 현실 대면 예배 출석률을 높이는 데 활용된 사례다. 교회 측은 “메타버스 출석 교인에게 대면 예배 출석을 강요하지 않는다”라며 “메타버스 예배를 통해 받아들인 복음을 통해 신앙생활 다음 단계는 스스로 결정하도록 격려한다”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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