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 행복의 비결은 무엇인가

2022-11-03 (목)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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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에 3박4일 일정으로 북뉴욕주의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아팔라치안 산맥의 시작인 애디론댁 팍(Adirondacks Park )주위의 화이트페이스 마운틴(Whiteface Mt)., 자이언트 마운틴(Giant Mt).,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레이크 플래시드(Lake Placid)와 미로 레이크(Mirro Lake), 테일러 폰드(Taylor Pond) 하이 폴스 조지(High Falls Gorge)등을 다녀왔다. 지난 주에는 미네와스카 스테이트 팍에 츄레일을 하였다.

대자연에 펼쳐지는 산 능선마다 오색영롱하고 찬란하며 요원처럼 불타는 단풍바다를 츄레일로를 따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고 영혼으로 느끼고 카펫이 된 낙엽을 밟았던 것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봄에 피는 아름다운 꽃도 누가 부인하랴마는 단풍 또한 형언하기에는 언어가 부족하지 않는가. 이 자연의 풍경을 준 신께 감사의 탄성이 절로 나오며 이웃과도 이 감격을 나누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고, 더 없이 행복감에 빠지게 되었다.


뉴욕시 주위의 공원과 가로수도 남하한 단풍 전선에 따라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장식되어 요원같지만 계절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어느 잎들은 아쉽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 환경당국에서 낙엽을 치우라는 지침이 온 것 같은데, 그냥 좀 두고 보고 밟으면 어때서 말인가. 또한 어느 시인이 말했다. 내가 급한 건지, 세월이 빠른 건지, 아니면 삶이 짧아진 건지, 마음속의 나는 그대로인데..., 어느 새 감사의 계절 11월에 들어섰다.

다음은 자주 인용되는 자료이지만, 금년 봄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 발전 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2 세계 행복 보고서(2021 World Happiness Report)에 의하면,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조사대상국 146개국 중 59위라는 것이다.

물론 SDSN은 2012년이래 조사대상국의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지표의 타당성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지난 3년(2019-2021년)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낸 결과이다.

그 결과를 보면,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네덜란드, 캐나다 15위, 미국 16위 순이다. 우리 주위 국가중 타이완 26위, 일본 54위, 아르헨티나 57위, 그리스 58위, 필리핀 60위, 중국 72위 등이며 한국은 59위로 중위 구룹으로 나타났다. 선두 그룹은 단연 북유럽의 복지 국가들이다.

위의 발표에 앞서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국제비교로 보는 한국인의 행복’(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419호)에서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국내 총생산은 세계 10워권 수준이며, 개발도상국에서 국제기구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최초의 국가이다. 그러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삶의 행복수준은 경제적 성취에 미치지 못한다’고 행복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국제비교 관점에서 한국인의 중장년, 노인, 자영업자가 종사상 지위와 사회적 고립에서 행복 저해요인을 찾았다. 여기서 고독사가 늘어나는 사회적 고립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이 땅의 한인들은 어떨까? 지난 2월 UCLA보건정책행정연구센터(미국가정의학학술지 논문)에 따르면, 가주에 거주하는 한인 시니어(65세 이상) 5명 중 2명(39.7%)만이 ‘내 삶에 만족한다’고 답하여 아시아계 평균인 53.9%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물론 위의 국내외 세 연구기관의 삶과 행복의 척도 요인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가 느끼는 심각성은 얼마전 IMF가 발표한 선진국 순위의 국가 GDP(국내총생산)의 숫치와는 달리 풍부속의 빈곤과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고전 학자들의 주장이 새롭게 느끼진다.

곧 이 땅에 추수감사절이 다가온다. 코비드의 세계적 염병과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우리에게 처한 사소한 환경까지라도 자족하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우리에게 베풀어준 창조주의 은혜와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자.

하늘에 행복을 달랬더니 감사를 배우라고 했단다. 이웃을 사랑하고 그들과 더불어 비록 거친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살아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 감사하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 오기 마련이다. 이처럼 삶에 만족하는 내면이 명품인 사람에게는 행복해서 감사가 아니라 일상의 감사생활이 행복을 가져오는 비결이 아닐까.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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